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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디아스포라의 귀환: 미주 한인의 독립운동 유산과 오늘-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배진숙 교수

  • 25-08-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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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의 귀환: 미주 한인의 독립운동 유산과 오늘

배진숙 (숭실평화통일연구원 교수)


한국 독립운동의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한인사회가 있는 대부분 나라에서 독립운동이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독립운동의 분수령인 3.1운동 이후에 독립운동 공간이 해외로 확장되면서 국내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독립운동이 더욱더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미국으로의 한인 이주는 1903~1905년 사이에 약 7천 명의 한인들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하와이로 건너가며 시작되었고, 1910년부터 1924년에는 약 1천 명의 사진 신부들이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초기 한인 이주에 있어서 노동자와 사진 신부 외에 중요한 집단이 유학생이었다. 이들은 하와이와 미국 본토 한인 사회의 지적, 정치적 지도자로 부상하여 해외 독립운동을 주도하였다. 미주 한인들은 낯선 땅에서 생활고와 인종차별을 겪으면서도 독립운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멕시코와 쿠바에서도 한국 독립운동은 전개되었다. 초기 멕시코·쿠바 한인들은 미국의 한인들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독립자금을 모금하여 고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하였다. 미국 대한인국민회(大韓人國民會)의 지도로 산하 지방회를 구성하여 한인들의 권익 보호와 상부상조, 조국의 독립 해방을 위해 활동하였다. 디아스포라는 모국과만 연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디아스포라 커뮤니티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초국적 민족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하고 민족정체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 국외로의 이산과 망명, 그리고 해외 독립운동은 한인 디아스포라 형성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국경을 초월한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였다. 타 지역과 달리 모국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미주에서의 독립운동은 무장투쟁이나 의병투쟁 등 직접적인 독립운동을 전개하기는 어려웠지만, 한국 독립운동에 대해 자금 조달과 외교적 후원의 측면에서 주요한 공헌을 하였다.
멕시코와 쿠바의 초기 한인 사회는 1905년 조선땅에서 멕시코로 떠났던 약 1천 명의 한인들 중 상당수가 멕시코에 잔류하고, 일부가 1921년 쿠바로 재이주하면서 형성되었다. 20세기 초, 멕시코를 거쳐 쿠바로 이주했던 한인들과 그 후손들 중 일부는 쿠바혁명(Cuban Revolution, 1953~1959)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유로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로 다시 한번 재이주를 감행해 왔다. 또한 수세대에 걸쳐 한반도–멕시코–쿠바–미국으로 연쇄적인 이주(serial migration)를 감행한 한인 디아스포라들도 있다. 이처럼 디아스포라의 이주는 한 세대 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연쇄적인 이주로 이어지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국적, 문화, 인종정체성은 더욱 다양화되고 유동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한인 입양인에 관한 석사논문을 쓴 이래, 필자의 한결같은 학문적 정체성은 ‘K-디아스포라 연구자’이다. 이로 인해 많은 한인 디아스포라의 귀한 삶에 초대받고,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올해 2025년 3월 26일부터 4월 6일까지 약 12일간, 미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40여 명의 ‘Korean Independence Legacy (KIL, 한국독립운동유산)’ 단체 회원들과 함께 광복회 환영식,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기념관, 국립항공박물관, 한국이민사박물관 등을 방문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나눌 기회가 있었다. KIL 회원들은 이 외에도 천안 독립기념관, 수원 제암리 3.1운동 순국 유적지, 비무장지대(DMZ) 등을 방문하였다.
KIL은 임인자 선생님과 Diann Rowland 선생님을 공동대표로 하여, 202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 독립운동에 참여한 분들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설립된 민간 단체이다. 회원들은 미국, 멕시코, 쿠바 등 미주 지역에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과 그 가족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고국 방문단에는 독립유공자인 주현측(애족장), 이돈의(대통령표창), 박창운(애족장), 오임하(애족장), 양순진(건국포장), 김용선(건국포장), 이우식(건국포장) 선생 등의 후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KIL의 올해 고국 방문은 단체 차원에서 1년 이상 준비 과정을 거쳐 참가자를 모집하고, 여행 일정을 구상하는 등의 절차를 통해 성사되었으며,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경비로 이루어졌다. 단체의 취지에 걸맞게, 이번 방문의 주요 일정은 국내의 독립운동 관련 시설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여러 측면에서 이번 방문은 매우 뜻깊은 의미를 지녔다.
고국 방문단은 여러 독립운동 사적지를 방문하며 선조들의 정신을 기렸다. 그리고 120년 전인 1905년, 선조들이 인천에서 멕시코로 떠났던 날인 4월 4일에 맞춰 한국이민사박물관을 방문했다. 방문단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선조들의 사진을 들고 기념식을 진행하였으며, 이는 선조들이 마침내 ‘함께’ 돌아왔다는 의미를 기리기 위함이었다. 

필자가 KIL 회원들의 고국 방문을 지켜보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한인 디아스포라 연구자로서 다음의 제언을 하고자 한다.  
한국정부는 미국 내 한국계의 구성원과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 다양함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을 발전시켜 한인사회의 확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한인으로서의 강한 소속감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원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후손들은 한민족공동체로 적극적으로 포용해야한다. 또한 이들이 한국 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상호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대사관과 문화원 등 여타 공공기관을 통해서 한인 후손들에게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한국적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
특히 미주에서의 독립운동을 비롯한 재미 한인의 이주 역사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학계와 한국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인 디아스포라는 연쇄적인 이주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착지에서 삶을 개척해 나가며, 복합적이고 다양한 정체성과 관계를 새롭게 확립해 왔다. 이에 따른 이주사 및 독립운동사의 복원과 보존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적극적인 이주사의 복원을 통해서 미주 한인 후손들이 자신의 뿌리와 한인 이주의 여정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미 한인의 이민 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족외혼과 다인종 한인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으며, 이민 세대, 인종, 문화, 정체성 면에서 다양성이 존재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한인 정체성이 약화되거나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류 문화의 인기와 선조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이 후손들 사이에서 새롭게 한인 정체성을 고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KIL 사례에서 보듯, 한인 후손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을 결성하고 한국 독립운동의 정신과 선조들의 애국 활동을 발굴, 복원하려는 노력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고국의 역사이자 미주 이민 선조들의 역사인 독립운동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한 이러한 모임과 활동들은 한인 후손들의 민족정체성을 고양하고 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 이는 더욱 다원화되고 있는 재미 한인 사회 차세대들의 단체 형성과 민족 정체성 확립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한인 후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있다면 미주 독립운동사의 복원과 보존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KIL 방문단을 위해 한국이민사박물관 기념식에서 전한 인사말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고국 방문단께서 조상을 기억하고 기리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에 깊은 존경을 표하며, 이 뜻깊은 귀향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저의 책과 글을 통해, 한국 국민과 한국 정부가 미주 한인 디아스포라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자비로 조국을 방문하고 이 여정을 직접 조직하신 여러분들의 주도적인 모습은 진심으로 감탄할 만합니다. 이번 여정이 여러분들이 고국과의 지속적인 인연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함께,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기여한 조상들의 희생과 업적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기려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I deeply respect your efforts to remember and honor your ancestors, and I’m grateful to be part of your meaningful journey home. In my books and articles, I have consistently argued that Korean nationals and the Korean government should recognize the diversity within the Korean diaspora in the Americas and make greater efforts to embrace and engage with its many members. Your initiative—returning to your ancestral homeland at your own expense and organizing this trip—is truly admirable. I hope this marks the beginning of a lasting connection to Korea. Together, let us continue to honor the sacrifices and contributions of those who came before us.”

<참고문헌>
배진숙. 2019. “초국적 역사문화의 계승과 확산: 재미한인들의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재외한인연구』 49: 71-104.
배진숙·김재기. 2021. “쿠바한인 100년의 오디세이: 재미 쿠바한인의 연속적 트랜스내셔널 모빌리티 경험을 중심으로.”  『다문화사회연구』 14(3): 145-189. 

※ 본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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