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호] '관문도시' 원산 톺아보기-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최선경 교수
- 25-10-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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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도시’ 원산 톺아보기
최선경(숭실대 숭실평화통일연구원 교수)
2025년 7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공식 개장했다. 이 지역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해안가에 콘도를 지으면 좋을 것”이라는 언급으로 주목을 끌었다. 당시 미국의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투자 가능성은 남북·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과 워싱턴의 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평양의 대응은 미온적이었고, 최근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면서 그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그렇다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어떤 곳일까?
원산-갈마 지구는 송도원, 명사십리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중심으로, 호텔, 스키장, 각종 레저 스포츠 시설을 비롯해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하여 단기간 내 완공을 지시했지만 여러 차례 지연 끝에 올해 여름에야 문을 열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주요 대상은 중국과 러시아이다. 북한은 조총련계 방문단을 비롯하여 중국·러시아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거점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의 ‘관문도시’라고 하면, 흔히 북한 최초의 경제특구가 설치된 라선이나 북·중 교역의 중심 도시인 신의주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원산은 일찍이 한반도 북부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주요 ‘관문’으로 기능해왔다. 19세기 말 원산은 부산, 인천과 함께 3대 개항장으로, 동해의 풍부한 수산물, 함흥평야의 농산물, 강원도의 광물과 일본산 면직물, 성냥, 양초 등과 같은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상업적 요충지였다. 식민시기 원산항은 일본과 조선 내륙을 잇는 대일 수출입의 관문이었다. 또한 한반도 유일의 정유공장, 철도차량공장 등 대표적인 공업지역이자 송도원 해수욕장, 명사십리 해수욕장 등 천혜의 관광자원과 서울과 연결되는 경원선을 통한 편리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하는 손꼽히는 휴양지이기도 했다.
한국전쟁 직후 원산항은 재일교포 북송 사업의 거점으로, 만경봉호를 통해 일본 니가타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중심지가 되었다. 이후 일본에서 북한으로 생필품, 자동차, 가전제품 등이 유입되고 대북 송금이 들어오는 통로로도 기능했다. 이 시기 일본 조총련계가 북으로 이주한 ‘귀국자’ 가족에게 보낸 일제 손목 시계나 컬러 TV는 친인척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연변 지역까지 흘러들어가기도 했다. 2006년부터 일본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만경봉호의 자국 항구 입항을 금지하면서 원산 지역의 초국적 교류의 문도 사실상 닫히게 되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원산은 가장 주목받는 지방 도시로 부상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고향으로 알려진 원산은 북한의 주요 미사일 기지가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국제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집중된 지역이기도 하다. 김정은 체제의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이라는 미명 하에 평양을 중심으로 레저·스포츠 및 문화 시설이 대거 확충되었다. 여기서 ‘사회주의 문명국’은 “세계일주를 하지 않아도 제 나라, 제땅에서 현대문명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문명을 누리는 국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 문명국을 건설하여 북한 주민들에 문화를 향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인데, 이는 시장화 이후 높아진 주민들의 여가 생활 욕구를 반영하면서도 여가 소비를 정당화하고 장려하려는 당국의 의도를 담고 있다.
김정은 정권 초기 이러한 ‘사회주의 문명’을 가시화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대부분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마식령 스키장 건설과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리모델링은 원산 지역에서 추진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 마식령 스키장 건설이 시작된 4월부터 완공된 12월까지 수차례 찾는 등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송도원 해안과 마식령 스키장은 각각 여름과 겨울 휴양지로 조성되었으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다른 한편으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함께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로 묶여 동해안 일대를 아우르는 대규모 관광벨트 계획에 포함된다. 원산, 마식령스키장, 울림폭포, 석왕사, 통천, 금강산 등 여섯 권역을 연결하면 사계절 내내 관광이 가능하다. 2025년 7월 금강산은 ‘복합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복합유산은 남북한 통틀어 최초의 사례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이 상당한 공을 기울이는 유네스코 등재는 국제기구로부터 지원금을 확보하고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데 유리하다.
북한은 관광산업을 UN 대북 제재를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도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왔다. 쿠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체제전환 초기 관광산업은 안정적 외화 획득의 통로였다. 그러나 원산의 경우, 외화 획득을 위한 투자와 관광객 유치는 모두 순조롭지 못했다. 사업 추진 초기에 투자설명회를 통해 외자 유치를 모색했지만 투자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개장 이후에도 러시아 관광객에게만 개방되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평균 임금을 고려하면, 원산-갈마 단체 관광 상품은 비싼 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관계가 밀착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원산–갈마 지구를 잇는 직항 노선과 해상 페리 운항 개설이 검토되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가 검토되고 있지만, 실제 관광 수입 증가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관광은 당분간 주로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단체 관광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여유 자금을 가진 일부 주민을 겨냥하거나, 다른 휴양지 사례처럼 포상 관광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관광 활성화는 지역개발과 상호보완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에서는 지역 특산품과 관광상품 개발 등 지역 여건에 맞춰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으며, 필수 건설 대상 중 하나인 ‘복합형 문화중심’, 즉 과학기술보급기지, 영화관, 레저·스포츠 및 상업 시설 등을 포함하는 시설을 함께 건설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관광 인프라의 여가 시설 병용은 관광 산업이 생활 밀착형으로 발전하면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국내 관광 활성화, 북한주민의 편의생활 향상, 그리고 지역개발과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원산-갈마 지구의 성패는 외부 세계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규모 중국 관광객 유치와 서방 관광객 수용 가능성,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의 주민 접촉이나 SNS를 통한 정보 노출 허용 범위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원산이 다시금 ‘관문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그 미래는 북·중·러의 연대의 형태, 북·미 관계 개선 여부, 그리고 한반도 평화의 향방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있다.
※ 본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