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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17.] 남북한 관계 경색의 장기화, 그 원인과 전망- 박성열 숭실평화통일연구원 교수

  • 23-04-1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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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남북한 관계 경색의 장기화, 그 원인과 전망

박성열 (숭실평화통일연구원 교수) 

 

 1. 들어가며

 

 남북한 관계가 장기간 경색 국면을 보이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래 핵무기 개발 가속화에 따른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와 남한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2016년), 북한의 코로나-19 자체 봉쇄(2020년), 남한의 보수 정부 출범(2022년 5월) 이후 상호 간 비난 등 일련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도 사실상 끊겼다. 최근에는 남북한 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안 군 통신선마저 북한의 일방적 불응으로 차단되고 있다. 

 

 남북한 관계는 1948년 한반도의 남과 북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각각 수립된 이후 75년간 갈등과 협력을 되풀이해 왔으며, 남북한 주민들이 평화롭고 안정된 일상을 영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본 글은 최근의 남북관계 악화의 배경은 무엇인지, 개선의 여지는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남북한 관계 경색의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가?

 

  남북한 관계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에 의해 결정되나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체계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다. 이에 이 글은 국제체계 측면을 먼저 살펴보고 남북한 요인을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국제체계 측면이다. 국제정치의 신현실주의(구조적 현실주의)를 주창한 W.Kenneth는 무정부상태인 국제관계에서 국가는 생존을 위해 안보 역량을 강화하면서 강력한 힘을 가진 핵심 국가의 영향을 받아 국가 차원의 행동을 한다고 하였다. 동아시아는 미-중간 사활을 건 패권경쟁이 가열되고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일본-한국 대 중국-러시아-북한이라는 새로운 냉전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은 안보와 국익을 위해 패권국가이자 기존의 동맹국인 미국과 이해를 공유하고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미국도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고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Divide and Rule’ 원칙이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 

 

 한편, 북한은 2016년과 2017년 실시된 4차, 5차, 6차 핵실험 관련 유엔의 제재 강화와 ​1) 2020년 1월 이후 코로나-19 자체 봉쇄로 고립되었으나, 최근 중국-러시아와의 동맹 구도 부상으로 오히려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는 뒷배로 활용하고 있다. ​2)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체계와 구조가 남북한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한 관계의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 입장이다. 첫째, 남한은 2022년 5월 보수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10년간 진보 정부가 추진했던 포용 정책과 비핵화 협상을 근간으로 하는 대북정책 기조를 북한의 변화에 상응한 협력과 대화 원칙으로 전환하고 북한의 비핵화 진전시 동시적-단계적 상응 조치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세력을 지지기반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확실한 비핵화 조치 없는 섣부른 대북 지원은 오히려 북한 체제만 유지시키므로, 국제사회와 협조해 대북 제재를 지속하고 인권 문제 등 북한의 비정상적 실태를 부각하며 변화를 유도한다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둘째,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내부 전열 정비에 주력하면서 국제제재에 맞서 자립 갱생을 내세우고 핵무력 고도화에 집중해오고 있다. 북한 정권은 미국의 바이든 정부 출범(2021년 1월), 남한의 보수정부 출범(2022년 5월)을 지켜보며 미국과 남한의 압박을 명분으로 내부의 식량문제, 경제난 지속 등 위기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핵무기 경량화, 운반체 다양화 등 핵무장 체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 북한 체제는 핵무장을 양보할 수 없는 우선적 국가이익으로 간주하고 있어 북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남한과의 협력과 관계 개선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에 처해있다. 또한, 북한은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신냉전 질서로 재편되는 양상에 편승하여 중국과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연대함으로써 미국과 남한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3. 전망 및 대응방향

 

 그렇다면 남북한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당분간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적다. 우선 동아시아의 힘의 분포가 미-중간 첨예한 대립 속에 한-미-일 대 북-중-러간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있어 이러한 국제체계의 구조적 영향을 받는 남북한 입장을 고려할 때 남북한 관계 경색이 지속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남한과 북한의 내부 정치 측면에서도 실마리를 풀기가 쉽지 않다. 남한의 보수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선 북한 변화’와 제재 지속을 통한 압박이라는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고, 북한 정권은 대남관계 개선보다 ‘체제 유지 차원에서 핵무장 체계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체계와 남북한 국내 정치의 양 측면 모두 남북한 관계가 쉽게 복원되기 어려울 것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관계 경색 국면 장기화와 관련한 파급영향은 무엇일까? 첫째, 한반도 정세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계속되는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주변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평화 분위기 조성을 저해할 것이다. 둘째, 북한 내부 측면에서는 외부 제재와 대외교류 지속 차단으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체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한편, 중-러의 이면 지원으로 경제난을 견디면서 핵무장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는 상충된 가능성이 있다. 셋째, 남한 입장에서는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 유지를 통해 미-일 동맹을 강화할 수 있으나, 남북한 관계에 대한 주도권과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북한 비핵화가 최우선이라는 대북정책 원칙과 동맹관계 강화의 기조는 유지하되, 남북한 관계의 단절은 막고 남북한 관계를 풀어나갈 주도권과 자율적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첫째, 남북한 관계가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연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와 지자체, NGO 등의 다양한 대북 교류와 협력을 모색하고 남북 간 이면 대화 창구를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다.​3) 둘째, 미국측에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돌발사태 예방을 위해 남북한 대화와 협력 필요성을 설득하고 남북한 관계에 대한 남한 정부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남북한 관계 장기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과의 대화에 거부감이 있는 국내 보수세력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 관철에 역점을 두되, 이와 함께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남북한 관계 개선을 추진할 당위성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과거 ‘7.4 남북공동성명’(1972년 박정희 정부),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년, 노태우정부) 등 주요한 남북한 합의들이 오히려 보수 정부에서 성사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4),  국익을 위해서는 보수-진보를 넘어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거 서독 정부도 동독과 대결하면서도 ‘접촉을 통한 동서독 문제 해결’을 내세워 점진적으로 상호 교류를 확대하고 이질성을 해소해나가는 계기로 삼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대북정책의 기본목표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 여건 조성일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 완성도 제고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 협력을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장기적 안목에서 남북한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벽이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도둑처럼 올지도 모를 광명의 순간을 맞기 위해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발행: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발행일: 2023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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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2016년부터 대북 결의안 제2270, 2321, 2371, 2375, 2397호 등을 통해  주요 광물 수출과 북한의 석유 및 정유제품 수입 금지 및 대북 투자,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또는 제한함으로써 북한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주어왔다. 

 

2)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반대하며 유엔의 대북 제재에 찬성하고 동참하였으나,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최근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심의에 아예 불참하거나 반대하고 있어 추가적인 대북 제재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3)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미국의 대북제재 관련법은 군수 전용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광범위하게 금지하고 있으나, 인도주의적 예외 규정에 따라 북한의 영유아, 장애인 등 취약계층 식량 지원 등은 가능하다. 

 

4) 1972년(미국과 중국의 접근과 외교관계 수립)과 1991년(사회주의권 붕괴 및 남한의 북방정책 추진)은 한반도 주변 국제체계 측면에서 현재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정부가 취한 대북정책 이니셔티브는 남북한 관계라는 면에서 주요한 업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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