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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1.] 제2의 우크라이나 대만보다 우리를 먼저 돌아볼 때다 - 신봉섭 전 주선양 총영사

  • 22-08-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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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제2의 우크라이나, 대만보다 우리를 먼저 돌아볼 때다

신봉섭 (前 주중국 공사, 주선양 총영사)

 

  세계화가 퇴조하고 국가주의가 귀환하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위기를 맞았다. 강대국들이 힘의 논리를 앞세워 현상변경을 추구하면서 신지정학의 논리가 활개를 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대국간 충돌이 중간국가의 안보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어떤 대가와 기회비용이 뒤따르는 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글로벌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21세기 그레이트 게임의 파쇄지대(shatter zone)1) 가 된 우크라이나는 한반도의 지정학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브레진스키(Z. Brzezinski)도 『그랜드 체스보드』에서 동아시아를 ‘잠재적 정치적 화산’에 비유하며 분단 한반도를 대표적인 불안정 요소로 꼽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논리

  금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본격적인 신지정학 위기의 시작이다. 침공의 논리는 ‘안보 불가분성 원칙’ 위반에 대한 정당한 응징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를 끌어들여 러시아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다. OSCE(유럽안보기구) 헌장은 “다른 국가의 안보를 희생해서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려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 중단과 폴란드, 루마니아에 배치된 MD체제 및 공격용 무기 철거를 요구한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한 서방국가의 논리는 ‘안보 주권론’이다. 모든 국가는 안보 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신청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정학의 대충돌은 그렇게 발생했고, 우크라이나는 희생양이 되었다. 보유중인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던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강대국의 지정학 게임 앞에서 아무런 쓸모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그리고 북한 김정은에게는 핵 보유 노선 강행에 대한 정당성을 강화시켜 주었다. 

 

대만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것인가 

  우크라이나의 다음 차례는 대만이라며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탈중국화’ 노선과 미국의 편승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높았던 상황이다. 대만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아킬레스건이다. 중국은 대만 독립을 인정할 수 없고, 미국은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를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당장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왜냐하면 대만문제는 기본적으로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국제정치게임 요소와 중국과 대만 사이 미완의 통일이라는 불완전 주권의 완성을 위한 주권게임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기에 지경학적 국익 게임까지 결부되어 있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대만의 이니셔티브가 부각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외교적 입지가 약화된 점이 중국의 전략적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중국은 당장 대만문제 해결에 나설 여력이 없으며, 무모하게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금년 말 중국의 20차 당 대회 이후 적대적 미중경쟁이 더욱 악화되고 중국내 경제사회 불안이 고조될 경우 대만에 대한 현상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한반도라고 다를 게 뭔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강 건너 대만의 문제가 아닌 더 절박한 한반도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핵 보유 강대국이 주변 약소국을 전면 침공하고 핵사용 가능성을 위협하는 사태는 2차 대전 종전 이후 초유의 일이다. 푸틴 대통령의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 지시는 핵 금기를 깰 수 있다는 우려를 소환했다. 더욱이 김정은은 러시아의 낮아진 핵 문턱에 편승하여 전술핵 개발 의지와 함께 전쟁 초기 선제적인 핵사용 입장을 천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반도 비핵화의 취약성과 강대국 개입에 의한 전쟁 가능성을 보여준다. 

 

  북한은 전 세계 시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려있는 사이에 핵 운반수단의 완성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4월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하여 중거리, 단거리 층위별로 맞춤식 미사일 투사능력 배비에 집중하고 있으며, 소위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입증할 제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은 “러시아의 합리적이며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있다. ‘합리적 안보 우려’를 내세워 북핵 협상과 유엔 대북제재에 맞서는 논리의 연장선이다.

 

  중국도 윤석열 신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동참에 우려와 견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방한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한중 간 “민감한 문제”2) 를 타당하게 처리할 것을 요청한데 이어,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장관과 화상회담에서 “디커플링의 부정적인 경향에 반대”를 공식 표명하고, 외교부 대변인도 “분열과 대항의 소그룹으로 산업망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관변매체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 후시진(胡錫進)은 트위터에서 “만약 한국이 이웃과 적대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의 끝은 우크라이나일 것”이라며 숨은 발톱을 드러내 보였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다가 러시아의 침공을 불렀다는 논리에 비유하여 한국의 행보를 경고한 망언이다.

 

우리 외교안보에 대한 총체적 성찰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국제사회에 신뢰감을 주지 못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애매한 외교전략과 일관성이 결여된 거버넌스의 취약성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 경제는 러시아, 안보는 미국과 서유럽에 의존한 어정쩡한 선택이 화근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돌아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둔감하고 사드 배치 과정에서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안보주권론’의 엄연한 가치를 “3불 원칙”에 팔아먹은 지난 시기의 비굴한 대응도 우크라이나와 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주변 강대국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 전쟁 방지가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는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그룹과 중·러의 권위주의 그룹 간 정치와 경제가 동시에 분리되는 이중의 디커플링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북, 중, 러 관계가 긴밀해 지면 북핵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의 증대된 위협을 직접 받고 있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자립안보 태세와 한미동맹 강화가 요구된다. 한국외교는 미-중 사이의 균형에서 반중 연합의 전략동맹에 편승하는 전환점을 맞았다.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이 어렵다면 당분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탈중국화는 공급망 다변화로 극복해야 한다. ‘안보는 자강이 우선’이라는 평범한 진리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다. 자강은 내적 능력의 신장이고, 외교는 외적 능력의 확충이다. 결국 자강의 노력과 함께 국익 기반의 실용외교가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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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쇄지대(shatter zone)는 카플란(Robert Kaplan)이 ‘지정학의 복수(Revenge of Geopolitics, 2012)’에서 한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의 충격과 파장이 또다른 가장 약한 지대를 파쇄시킬 것이라며 제시한 개념으로, 유라시아대륙의 강대국 사이에 낀 중소국가,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남중국해와 한반도 등이 이에 해당된다. 

2) ‘민감한 문제’란 윤석열 후보의 외교공약인 한-미 동맹, 한-미-일 3각 협력 강화 방침과 사드배치  관련 ‘3불 정책’의 폐기에 대한 우려를 내포한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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