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15.] 한반도 과연 안전하게 가고 있나? - 이철 선임연구위원
- 22-08-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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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과연 안전하게 가고 있나?
이철 (평화재단 선임연구위원)
새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는 한미군사동맹, 경제⋅기술동맹, 국제공조를 통한 글로벌 이슈 대응, 한일관계 개선, 군사적 억지력에 의한 대북 대응 등으로 요약되면서 기존의 보수가 지향해 온 외교⋅안보 기조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는 한중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고, 비록 처참하게 실패하였지만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남북미 간 대화를 추진해 왔던 문재인 정부와는 크게 다른 기조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가장 큰 힘을 들인 것은 '한미동맹 강화와 발전'이며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한미동맹 관계가 더 튼튼해지고,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그런 동맹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히었다. 윤 대통령 취임 10여 일 만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렸으며 이는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단기간에 미국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평가된다. 2박 3일 동안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매일 같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양국 정상의 '케미'를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대해서 국가안보실 김성한 실장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과정인지 개인적인 경험과 정치에 등장한 배경 등을 (양국 정상이) 공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라며 “케미가 굉장히 잘 맞아서 다른 쪽으로 화제를 바꾸기 힘들 정도로 환담이 이뤄졌다”라고 한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새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조 속에서 더 이상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 등 글로벌 이슈에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이 같은 외교⋅안보 노선은 결과적으로 시장을 공유하는 중국과도, 국토가 연결된 북한과도 멀어지거나 대결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당장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미사일 발사시험을 재개한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거의 9일에 한 번씩 크고 작은 미사일시험 발사를 하고 있고 7월 초 현재까지 3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최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또는 신형전술 미사일들을 섞어 발사하는 등 실전을 가상한 발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설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6월 9일, 천안함 피격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등 북한 도발에 맞섰던 호국영웅 및 가족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한 윤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달라는 포격전 유가족들의 요청에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라며 “그러한 일이 벌어지면 '원점 타격'으로 대응하면 된다.”라고 언급하였다.
대선후보 시절 천안함 장병과 유족을 만났던 윤 대통령은 지난 7월1일에는 ‘천안함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청와대를 깜짝 관람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보 분야에 대한 의지를 보여 왔다.
이제 그간에 보여준 ‘말’과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남았고, 그것이 과연 한반도의 평화적 진전에 바람직하냐 하는 물음을 남기고 있다.
먼저 북한의 올해 초부터 재개된 잦은 미사일시험 발사와 7차 핵실험 징후의 배경과 그것이 누구를 향한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북한의 잦은 미사일시험 발사는 당 8차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강화 방침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하노이노딜” 이후 미국의 대북 태도에서의 실망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즉, 미국의 대북협상 접근법이 마음에 들지 않은 북한이 북미회담 탁에 나오라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우리가 흥미를 가질만한 의제를 제시하라”라는 묵언의 요구가 짙게 깔려 있다.
북한은 당 8차 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결정하고 그것을 추진하면서 미국에 대화 의제 변경을 압박 중인데 한국이 나서서 ‘원칙 있는 대응’을 거론하면서 ‘강경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마치 싸움을 “재가 아닌 나와 싸우자”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서 과연 잘하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하에서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탈중국 등 글로벌 이슈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것도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그동안 물밑에 잠겨 있던 불록(세력)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대결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진행 중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대만, 한반도가 잠재적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것은 전문가들 속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대만, 한반도가 다 중요하지만 구태여 꼽으라면 대만에서 중국과 최후결전을 겨루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군대 파병과 참전이 아닌 군수지원으로 대응하고 있고, 한반도에서도 전쟁이 터진다면 최후결전을 치를 대만에서 쓸 힘이 얼마 남지 않게 돼 고민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한반도에서도 힘을 아껴야 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고 전략일 것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과연 적중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강경 기조를 유지하다가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강경 대응’하여야 하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고 스탠스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은 한미에 비하여 재래식 무기에서 열세임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지난 김여정의 2차례의 대남 메시지와 ‘조선인민혁명군 창립’90돌 행사에서 김정은도 핵 무력의 사용을 언급하였을 것이다. 재래식 무기에 의한 남북군사충돌에서 열세에 놓일 것이면 김여정이 언급한 대로 전쟁 초기에 상대의 전쟁 의지를 꺾고 전쟁을 단기간 내 종결하며 북한 무력을 보존하기 위한 핵 무력의 전쟁 초반 사용은 빈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핵 무력이 사용되는 전쟁에서 과연 “원점 타격”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작금의 ‘강경 대응’은 효과 있겠는가. 지금과 같은 복잡한 글로벌정세 하에서는 무엇보다도 자세를 낮추고 추이를 잘 살피면서 지혜를 잘 짜내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대북 강경 발언은 경선과 대선 시기면 족하다고 볼 수 있고 대통령으로 활동하는 지금에는 보다 멀리 보면서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유기적으로 설계하고 그런 차원의 메시지를 내는 것이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가 아닐까. 외교⋅안보에서 실패하여 남북이 군사적 충돌로 돌입하면 즉시 예상치 않았던 블랙홀로 모든 국정이 빠져들고 블랙홀에 빠지면 결국, 경제, 물가, 금리 등 민생 관련 내치에서 실패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는 2년 후 총선과 그다음 대선의 실패로 나타날 것이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