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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평양의 브랜드 이미지-전병길 예스이노베이션컨설팅 대표 / 前통일과나눔 사무국장

  • 24-05-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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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평양의 브랜드 이미지

 

전병길 예스이노베이션컨설팅 대표  (前통일과나눔 사무국장) 

 

평양의 지위(地位)

  

 특정 지역의 이름을 내건 ‘로컬 브랜드 네이밍(local brand naming)’ 방식은 지역에 대한 친근감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지역 이미지과 감성을 활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의 생수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는 제주도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했고 제빵 브랜드인 ‘파리 바게뜨’는 고급 음식문화를 선도하는 도시인 ‘프랑스 파리’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했다. 이 밖에도 지역명을 활용한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한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그렇다. 

 북한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도시는 수도 평양이다. 평양은 고구려의 도읍이었을 뿐 아니라 고려시대에는 서경(西京)이라 불리는 주요 도시였다. 평양은 김일성의 고향이기도 하며 북한 정권의 사회주의 국가 건설 철학이 담겨 있다. 북한의 수도 평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 사회적 혜택을 받을 뿐 아니라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한다. 북한 브랜드에도 이러한 평양 중심적 사고는 배어 있다. UN의 전문기구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등록된 109건의 북한 상표를 제조하고 서비스하는 공장과 기업소의 80% 이상이 평양에 있다.

 북한 헌법 제172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평양이다.”라고 규정하며 평양의 법적 지위를 공식 언급하고 있다. 북한 최고인민회에는 1998년 ‘수도 평양시 관리법’을 제정하며 평양을 혁명의 수도로 언급했다. ‘수도 평양시 관리법’은 ‘평양시를 현대적으로, 문화적으로 더 잘 꾸리며 주민들에게 조용하고 깨끗한 생활환경과 편리한 생활조건, 로동조건을 마련하여 주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법이다(제1조). 평양이 ‘혁명의 성지’이기 때문에 평양을 ‘건설’하고 ‘경영’하는 것은 단순한 도시 행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수도평양시관리법은 제2조는 ‘혁명의 성지’ 평양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1950년 발발한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평양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북한은 인적, 물적 자원을 광범위하게 동원하여 ‘평양’을 재건하였다. 

 

‘평양’을 소재로 한 브랜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등록된 북한의 브랜드 중 평양과 평양 안에 있는 지역의 이름을 딴 것이 15개이다. ‘평양’이 3개, 평양을 가로지르는 강인 ‘대동강’이 3개, 평양의 옛 이름인 ‘류경’과 연계된 상표 3개, 지역의 산 이름인 ‘대성산’ 2개, 룡악산 2개, 그리고 ‘평양’, ‘맥주’를 합친 ‘평맥’이 있다. ‘평양’의 이름을 붙인 상표의 품목은 국수, 담배, 김치 이렇게 3가지이다. ‘평양’ 상표는 각각 국수, 담배가 2001년 그리고 김치가 2003년에 국제상표로 등록되었다. 각기 다른 상표로 등록되어 브랜드 로고의 서체가 다르다. 특히 국수와 담배 상표는 북한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흘려쓰기 서체를 그대로 활용했다. 평양을 이름으로 하는 상표는 2003년 이후 등록되지 않았다가 2019년 ‘평양’과 ‘맥주’의 첫 글자를 따른 맥주 브랜드 ‘평맥’이 등록을 했다. 기존 북한의 브랜드 네이밍과는 다른 방식이다. 브랜드 네이밍의 한 방법인 단어의 첫 글자를 조합하여 작명을 했다. 맥주 브랜드인 만큼 원료인 보리를 형상화한 로고를 사용했다. 서체도 흘려 쓰기 서체보다 한층 세련되었다. 2022년에는 평양김정숙방직공장이 ‘평방’으로 등록했다. 북한은 수도 평양에 있는 지명을 나름의 의미를 살려 브랜딩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평양을 가로지르는 ‘대동강’이다. 서울의 한강처럼 평양과 대동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대동강’ 상표의 경우 2016년 과일 제품, 2018년 식료품, 2019년 맥주가 국제상표로 등록되었다. 북한 맥주를 대표하는 ‘대동강 맥주’의 생산공장은 대동강 변인 평양시 사동구역에 있다.

 

평양의 옛 이름 ‘류경(柳京)’에 대한 애착

 

 평양의 옛 이름은 ‘류경(柳京)’이다. 한자로 버들 류(柳), 서울 경(京)이며 버드나무의 고장이란 뜻이다. ‘류경’은 곧 평양의 역사와 전통을 표현하는 의미의 단어이기도 하다. 평양에는 ‘류경’의 이름이 붙여진 시설이 많다. 류경동(洞), 류경원(종합편의시설), 류경호텔, 류경정주영체육관, 류경구강병원, 류경릉라식당 등 평양시내 곳곳에 ‘류경’ 간판이 붙어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이르는 동안 ‘류경’이란 이름이 곳곳에 쓰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류경호텔은 평양시 보통강구역에 피라미드식으로 건설된 101층 건물로 1987년에 착공하여 1990년대 경제난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투자를 받아 공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2012년 다시 공사는 중단되었다. 2003년에 개관한 ‘류경정주영체육관’은 류경호텔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류경’에 한국의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의 이름을 붙였다. ‘류경정주영체육관’은 한국이 설계와 기술, 주요 자재 공급 등을 맡았고 북한이 노동력과 골재 등을 제공하여 건설되었으며 남북경제협력을 상징하는 건물이기도 하다. 북한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류경’과 연관된 3개의 상표를 등록했다. 한자 류(柳)의 뜻인 ‘버들’을 2012년 주류업으로 등록하였는데 브랜드 로고에 버들잎을 형상화했다. 2019년에 등록한 악기 브랜드 ‘류경’은 흘림체 글씨에 현악기 바이올린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북한이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자체적으로 조립생산한 스마트폰 모델의 이름이 ‘류경’이며 평양의 유명 음식점인 ‘옥류관’, ‘청류관’의 이름에도 평양을 상징하는 버들 류(柳)가 들어갔다.

 

김정은시대 ‘평양’의 브랜드 이미지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은 새 단장을 하였다. 대동강 변에 과학기술 집적 시설인 ‘미래과학자거리’를 조성하였고 쑥섬에는 ‘과학기술의 전당’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송신·송화지구, 화성지구 같은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평양 곳곳에 초고층 아파트와 편의시설이 들어섰고 평양국제공항도 리모델링을 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10여 년간 평양의 스카이라인과 야경이 바뀌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시대를 ‘주체건축의 새로운 전성기’라고 강조하며 건설 부문의 업적을 부각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의 평양은 북한식 사회주의의 가치 위에 ‘첨단’과 ‘세련됨’을 추구한다.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외관에 비해 무리한 공기 맞추기, 부실 공사 등으로 새로운 평양의 내구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한다. 브랜드의 가치는 그 브랜드가 가지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다. 북한의 말하는 혁명의 수도 ‘평양’의 진정성은 누구를 위한 도시, 무엇을 위한 도시인가에서 나온다.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 그리고 한 국가를 대표하는 도시의 경우 국민에 대한 고민에서 진정성은 시작된다. ‘평양’ 도시 브랜드도 북한이 자주 언급하는 이민위천(以民爲天)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에서 그 진정성이 표현되어야 한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발행: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발행일: 2024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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