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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 시장이 이끄는 북한 도시변화와 도시민의 삶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 김성배 숭실평화통일연구원장

  • 22-08-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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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시장이 이끄는 북한 도시변화와 도시민의 삶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김성배 숭실평화통일연구원장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은 지난 해 11월부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시장이 이끄는 북한 도시변화와 도시민의 삶 연구”이라는 주제로 북한도시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연구과제는 두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1단계인 처음 3년 동안에는 연구기반구축, 연구방법론의 개발과 그 방법론의 적용을 통해 평양의 도시변화와 도시민의 삶을 읽어내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이후 1단계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2단계 후반 3년 동안에는 남포, 원산, 라선, 청진 등 다른 도시들을 대상으로 같은 분석을 실시하고 연구결과를 도출할 것이다. 본 연구원이 총 6년에 걸쳐서 북한도시와 도시민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면 해당 주제에 대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연구원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2022년 숭실평화통일논평은 본 연구원이 새롭게 시작하는 이 연구과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시작하고자 한다. 논평에 담을 수 있는 원고의 양을 감안하여 두 번에 걸쳐 소개하고자 하는데, 이번 논평에서는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지 등을 소개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연구의 수행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다음 기회에 이 연구과제를 진행해 나가면 구체화되는 연구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본 연구원이 이 연구과제를 제안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시장의 확산이 가져오는 북한사회의 변화를 도시에 주목하여 분석해 보기 위함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정부가 사회변화를 주도해 나가지만, 90년대 이후 북한 정부가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확대된 시장이 사회 다방면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 다양한 변화를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이 연구는 도시에 주목하여 그 변화를 분석하는데, 그 이유는 시장의 확대로 인한 변화가 도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사회변화를 북한주민의 시각에서 미시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북한 주민의 시각에서 미시적으로 북한의 사회변화를 분석함으로써 그 변화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과는 차별화된 시각을 얻고자 한다. 그동안 북한에서 시장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거시적 차원에서 정치 혹은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그동안의 연구들은 시장으로 인한 북한의 사회변화에 대해 한편으로는 다양한 관점의 설명들을 제공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상충되는 결과를 제시한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활용 가능한 자료에 제약이 있다 보니, 상충되는 주장들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과제는 기존의 연구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북한 사회변화를 분석해 봄으로써 그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단계 높이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수행하는 이 연구과제는 구체적으로 크게 세 가지 측면에 집중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의 도시변화를 구체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과거 북한의 도시들은 주로 정부의 계획에 따라 형성되어 비록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넓은 도로, 과도한 산업용 토지, 다수의 기념광장, 획일적 주택단지 그리고 풍부한 녹지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힘이 확대되면서 거리나 골목 등에는 비공식 시장이 형성되고, 심지어는 개인 집을 창고나 가계로 이용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며 도시의 모습이 크게 변화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자본가인 돈주들이 정부와 결탁하여 집을 지어서 파는 경우도 생겨나면서 도시의 모습이 과거와 달리 비계획적으로 진화되고 있어서 그러한 변화를 읽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 도시민의 삶의 양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특히 이 연구과제는 도시민의 삶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인권 등 다양한 측면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북한도시를 분석한 연구들이 주로 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해 왔다면 이 연구과제에서는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각 영역 간의 상호작용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외부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는 주민들의 삶을 보는 것이 아닌,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그들의 시각으로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연구는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그동안의 연구들과는 북한 사회변화에 대해 차별화된 연구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북한 도시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현재 북한에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념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요구되는 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시장의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작동하면, 그 과정에 그 미비점을 이용하여 지대추구 행위가 만연하게 된다. 그러한 행위는 국가적으로나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급격한 체제전환이 없다고 전제할 경우에 북한에서 정부와 시장 간의 역할분담이 어떻게 새롭게 설정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구원이 이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원의 역량증진은 당연히 얻게 되겠지만 그 이외에도 세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시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 도시공간과 도시민의 삶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 연구는 그동안 정치, 외교, 거시경제 분야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그간 소외되었던 도시공간, 도시민의 삶, 양자 간의 관계 등과 아울러 시장이 견인하는 도시의 미시경제적 특성변화, 시장의 확산에 따른 사회주의 도시의 변화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시작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과 통일연구에 대한 융합적 연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연구과제는 연구대상이 도시인만큼 도시에서 일어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및 인권 등의 다루게 되어 연구영역에서 융합적 연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연구영역을 융합하는 만큼 분석을 위해서도 다양한 연구방법을 복합적으로 서용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의 전통 학문의 방법들을 넘어 GIS를 비롯한 위성자료, 빅 데이터, 전자적 소통 수단의 활용 등 공학적인 방법을 병행하여 수행하게 되어 북한과 통일연구에서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융복합적 연구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후속 연구들의 초대의 장의 역할을 수행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원은 앞으로 이번에 분석하는 도시들 이외에도 북한의 모든 도시들을 물론이고 북한 도시공간과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수행할 5개 도시에 대한 연구가 마중물이 되어, 이후 본 연구원을 물론이고 여타 국내외 연구자들이 남은 23개의 도시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연구과제가 마무리 된 이후에 연구되지 않은 도시들이나 한반도의 국토발전에 대한 연구들이 후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 연구의 결과물들은 미래 통일된 한반도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구상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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