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15.] 최근 북한교회 세우기 논의의 의미에 대해 - 송훈 숭실대학교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 초빙교수
- 22-08-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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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교회 세우기 논의의 의미에 대해
송 훈 (기독교통일지도자 훈련센터 초빙교수)
2021년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는 북한교회세우기 세미나를 통해 통일 이후에 북한지역에 기독교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주장하였습니다. 숭실대학교에서 이뤄진 이 세미나는 숭실대학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상징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기독교적 정신으로 평양지역에 설립되어 기독교신앙에 기반한 인재양성과 사회변혁을 추구했던 숭실대학이 통일담론 가운데 북한교회세우기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았습니다. 이 세미나 이후로 한 편에서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에 대한 관심보다는 통일 이후 북한지역에서 개신교의 선교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다른 한 편에서는 북한교회세우기의 과제가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대위명령의 차원에서 교회라면 응당 준비해야할 사명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또한 북한교회세우기라는 담론이 과거 북한 지역에 세워졌던 교회들을 재건하는 것을 넘어서서 남북간의 교류의 확산과 통일이후 남북한 주민 통합을 위한 교회의 공적인 의미를 되새긴다는 의의도 부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교회세우기라는 명제가 남한의 개신교회만을 위한 이기적 주장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복음통일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중요한 담론이 될 수 있음을 환기시켜야 합니다. 첫째로, 북한교회 세우기의 담론이 한 편으로는 기독교 공동체를 회복하고 새롭게 한다는 교회 개척 차원의 논의를 넘어서 북한의 인권을 비롯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의 개선에 대한 기독교적 접근법으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의 역할은 복음전도의 본질을 기반으로 하여 개인의 삶과 사회의 변혁을 이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해에서 북한교회세우기는 교회를 통해서 북한의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주민들이 우리가 전할 복음을 통해 어떠한 실질적인 삶의 변화, 사회적 변화는 어떠한 것이어야 하며, 통일 후 북한 사회의 정의, 공정, 화해, 치유를 위한 신학적인 담론들을 어떻게 준비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학적 담론들을 기반으로 북한에 세워질 교회들의 선교와 사회참여의 방법과 기준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통일 이후의 동독 지역에서의 사회적 갈등과 극우적 이념의 확산 등은 통일 이후에도 교회가 담당해야할 공적인 역할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북한교회세우기의 담론은 교회를 넘어서서 모든 시민사회가 함께 동참할 수 있고, 동참해야 할 사회통합의 과제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둘째로, 한국 교회 내의 통일 생태계 확산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대 대한민국의 국민들 사이에 통일에 대한 공감대는 국내의 정치적 상황과 대외적인 환경의 변화에 급변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통일에 대한 공감도가 낮고 과거 민족적 과제로서 통일의 당위성 보다는 편익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8만이 넘는 한국교회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통일 선교에 참여하고 있는 교회의 수는 매우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대다수의 교회들의 목회현장에서는 선교, 전도,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 등의 사역에 밀려서 통일이 교회사역의 중요한 주제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한교회의 현실적인 상황에서 북한교회세우기의 담론의 확산은 교회의 본질적인 선교적 사명에 대한 깊은 성찰과 더불어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교회들의 관심을 환기시켜 통일을 위한 개교회의 참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아가 북한교회세우기를 통한 복음통일의 담론이 남한교회의 지역목회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특히 통일 시대를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 대한 교육 및 신앙훈련의 주요한 컨텐츠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진행되는 다음 세대를 위한 복음통일 훈련 및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 청소년들이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시민제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셋째로, 선교는 쌍방향의 변혁을 이끈다는 선교학적 명제를 고찰해볼 때, 북한교회세우기의 복음통일 담론은 복음통일을 이뤄나가야 하는 남한교회의 변혁을 이끌 수 있습니다. 현재의 국내외 상황에서 통일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한 교회가 이를 준비하며 사람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먼저 복음으로 변화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의 포용의 신앙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를 화해의 사도로 부르시며 원수라 하더라도 보응의 정의가 아닌 사랑 안에서의 회복적 정의를 요청하십니다. 그러한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그동안 남한교회가 간과했던 가치들을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해외에 흩어져 살고 있는 수많은 한인 디아스포라와 함께 새로운 한반도 공동체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만들고 확산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북한교회 세우기의 담론은 과거 보수교단들의 북한교회재건운동을 21세기 한반도 상황에서 보다 구체적인, 융합적인, 포용적인 패러다임으로 재해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담론을 통해서 보다 많은 한국교회가 통일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며,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추구하는 새로운 한반도 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이를 사회 안에서 공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