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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 북한 노동당 제8기 6차 전원회의 특징 평가 - 한기범 북한연구소 석좌연구위원

  • 23-01-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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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제8기 6차 전원회의(2022.12.26.-31) 특징 평가

한기범 북한연구소 석좌연구위원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자문위원)

 

  북한은 2022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로써 북한은 2020년 이후 연 4년간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 없이 직전의 당 대회나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발언한 요지를 보도하는 방식으로 새해 과제를 제시했다.

 

● 형식면: 최장 6일간 진행된 미니 당대회급 

 

  통상 북한은 당 전원회의를 2~3일 개최한다. 그러나 2021년 12월 말 당 전원회의는 5일간 개최했고, 이번 당 전원회의는 6일간 개최해 역대 최장기간 소집을 기록했다. 참가자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이 공식 참가자이고, “중앙당 부서 일꾼들, 성·중앙기관, 도급 지도적 기관과 시군 중요 공장·기업소 책임 일꾼들, 해당 중요부문 일꾼들이 방청”했다고 보도(12.27 노동신문)해 작년에 이어 가히 미니 당 대회 급으로 당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북한이 일선 실무 간부들까지 방청으로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를 6일이나 소집해 부문별로 토의를 진행하는 까닭은 정책목표의 현실성과 실행력을 높이려는 의도일 것이다. 북한 간부들의 행태를 보면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소극성과 보신주의를 보여왔는데, 지난해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현장 책임자와 실무진들을 정책과제 형성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면서 집행 책임감을 부여하고, 부문별로 할거주의를 줄이는 효과를 도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은 회의 개·폐막사, 당정책 결산 및 사업계획 보고(12.26~28), 당 정치국 회의 주재(12.30), ‘당 건설 5대노선 보고’(12.31) 등 6일 회의 기간 중 5일간 참여했다.


<표 1> 2022년 12월 말 당전원회의 일정

 날짜

주요 활동 

12.26

1일회의 

o 회의 개막, 상정 의제 승인 및 토의 시작

① 2022년 주요 당 및 국가정책 집행정형총화 및 2023년 사업계획에 대하여

- 김정은 보고: 2022년도 내부사업 총화 및 2023년 인민경제 목표 제시

* 회의 참가자들. 12.26 사회주의 헌법 제정 50돌 기념 보고회에도 참가 

12.27

2일회의 

o 김정은의 2일 차 보고

- 2023년 과학, 교육, 보건부문 중점과업 제기

- 대외사업원칙 및 ‘대적투쟁’ 방향과 함께 2023년 국방력강화 목표 제시

- 국가사업실태 분석 및 중앙당 간부들 사업 태도·작풍 개변 문제 제기 

 12.28

3일회의

o 김정은 3일 차 보고: 당 조직들의 전투력 증진 문제 강조

- 도당책임비서의 역할, 중앙당 부서의 책임성, 지도 간부들의 충실성 강조

o 내각 총리, 국가사업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대책적 문제 제의

② 조직문제 토의, ③ 예결산 심의 

 12.29

4일회의

o 부문별 분과 연구 및 협의회 진행: 당결정서 초안에 보충할 의견 토의

- 생산 장성과 정비보강전략수행, 인민생활향상, 문화건설 토의에 중점 

 12.30

5일회의

o 부문별 지도 소조들이 분과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종합, 토의 심화

- 부분별로 수정, 작성된 결정서 초안을 당 정치국 심의에 제출.

* 정치국 회의 진행: 당 결정서 초안 심의, 국가예산안 심의, ‘2023년도 

  인민경제 주요부문을 추동하기 위한 중요조치 문제’ 토의, 기타 중요문제 

  토의. 김정은이 전략전술적원칙과 투쟁방향 밝힘   

 12.31

6일회의

④ “혁명학원들에 대한 당적지도를 강화할데 대하여” 토의

⑤ “새시대 당건설의 5대로선에 대하여”

o 김정은 폐회사

* 김정은과 당 전원회의 참가자들이 집결한 가운데 ‘방사포 증정식’ 진행

※ 노동신문 보도 내용을 필자가 표로 정리.

 

● 내용면: ‘대외환경 엄중, 국방력 강화 필요성’ 강조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다룬 5개 의제는 ①“2022년도 주요 당 및 국가 정책들의 집행 정형총화와 2023년도 사업계획에 대하여” ②조직문제 ③“2022년도 국가예산집행정형과 2023년도 국가예산안에 대하여” ④“혁명학원들에 대한 당적지도를 강화할데 대하여” ⑤“새시대 당건설의 5대로선에 대하여”였다. 북한이 이번 당 전원회의 결과로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①②의제와 관련된 내용이다. ③예·결산안은 1월 1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다시 논의되고 발표될 예정이고, ④‘혁명학원 당적 지도 강화’ 문제는 김정은이 지난해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10.13)해 ‘혁명 유자녀’에 대한 교육지원 강화를 재론한 것으로 추정되며, ⑤‘새시대 당건설 5대 노선화’ 문제는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연설(10.17)을 통해 밝힌 ‘5대 당 건설 방향’(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율건설, 작풍건설)을 “독창적인 사상”이라며 ‘당 노선’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번 당 전원회의의 내용상의 특징은 지난해 ‘농촌발전 방향 제시’와 같은 특별한 비전 제시 없이 올해 과업 제시 및 일부 인사 개편 등 의례적인 의제를 다루는 데 그쳤으면서 회의 기간은 일주일이나 잡았다는 점이다. 또 김정은이 “3일간 보고”했다는 ‘2022년 정책집행 정형 총화 및 2023년 사업계획’ 내용을 보면 갈수록 간결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경제나 교육·보건 등 민생 향상과 관련해 종전에는 식량·생필품·전기 등 분야별 개선 방향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개적으로 제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건설 분야를 제외하고는 추상적인 수준에서 거론하는데 머물렀다. 그 대신 ‘대외·대남 환경의 엄중성과 국방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비중은 늘렸다. 

 

<표 2> 2022년 12월 말 당 전원회의 의제

의제(의정)

관련 사항

① “2022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 정형총화와 2023년도 사업계획에 대하여”

경제과제, 국방력 강화, 대남·대외부문 과업, 국가 및 당 조직 개선강화 문제 

② 조직문제(당, 국가기관 일부 인사 개편) 

당비서겸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교체(박정천→리영길), 총참모장에 박수일등 

③ “2022년도 국가예산집행정형과 2023년도 국가예산안에 대하여”

1월 17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 발표 

 ④ “혁명학원들에 대한 당적지도를 강화할데 대하여”

* 구체 내용 미공개. ‘혁명 유자녀에 대한 교육지원 강화’내용으로 추정

⑤ “새시대 당건설의 5대로선에 대하여” 

김정은이 2022.10.17. 당중앙간부학교에서 밝힌 ‘당 건설방향’을 ‘당노선’화 

※ 필자 작성

 

● 올해 사업 보고의 4가지 특징: 

 

  ①국방력 강화 및 ‘강대강 대적 투쟁’ 강조, ②자력갱생 노선에 대한 ‘이견’ 비판, ③‘정비보강 전략’ 종료 시사, ⑤군중노선 및 간부 사상투쟁 강화 예고

 

  먼저 김정은의 2022년 정책집행 결과에 대한 평가를 보면, 2022년을 “괄목할만한 성과와 진전이 이룩”된 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성과사업으로 ‘새 당 건설이론 제시’, ‘핵무력 정책 법제화’, 국방력 강화,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함남 연포온실농장 건설, 농촌에 본보기 살림집 건설을 열거했다. 특히 미사일 개발과 시험발사·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등을 “국방력 강화와 대적(對敵) 투쟁에서 달성된 극적인 변화”로 평가했다.

 

  김정은은 ‘2023년도 사업 방향’을 경제과제, 문화건설, 국방력 강화 문제, 대외사업 원칙, 국가사회제도 발전 및 당 전투력 강화 순서로 제시했다. 그중에서 경제건설 문제와 국방력 강화 문제에 비중을 두었으나, 앞에서 밝혔듯이 민생 향상은 추상적으로 거론한 수준에 그쳤으나, 무장 장비의 지속적인 개발, 핵·미사일 고도화의 지속 필요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주민을 설득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따라서 올해 북한의 사업 방향의 첫 번째 특징은 ‘국방력 강화’와 함께 대남·대미 위협 능력 과시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외에 경제 간부들이 ‘자력갱생 노선’의 한계를 표출한 것에 대해 김정은이 비판한 점, 올해 경제계획을 중장기 전략수행과 연계시킨 점, 대중운동·애국 운동 전개를 강조한 점, 간부들의 충실성과 헌신적 복무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첫째, ‘국방력 강화’와 ‘강대강 대적 투쟁’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2023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밝히면서 그 중심 방향이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핵무력은 제2의 사명(선제공격)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찰위성과 (고체)운반발사체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있다”면서 “군사력강화에 배가의 노력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김정은은 또 “조국해방전쟁 승리(7.27) 70돌, ‘일당백’구호 제시 60돌이 되는 2023년을 전쟁동원준비와 실전능력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로 만들라”고 주장하면서(오는 2월 8일 건군절 75돌 즈음 열병식 행사 준비 징후도 있다),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적투쟁 원칙”운운하며 군사적 모험주의 노선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은 12월 31일 당 청사 앞마당에서 김정은과 당 전원회의 멤버들이 참가한 가운데 군수공업부문 연합기업소가 생산한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 증정식’을 거행했다. 김정은은 증정식 연설에서 “군수로동계급이 진짜배기혁명가, 영웅 중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초대형 방사포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라고 핵 공갈을 일삼았다. 북한은 12월 31일 3발, 새해 첫날 새벽에 1발 등 연말연시에 이례적으로 4발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군수 총괄기관인 제2경제위원회는 ‘12월 31일에 당중앙에 증정하는 초대형방사포의 성능검열을 위한 검수사격을 진행했다’고 했고, 1월 1일에는 장거리포병부대에 ‘인도’된 초대형방사포로 발사했다고 주장해 600mm방사포가 실전배치되었음을 선전했다. 

 

  둘째, 김정은이 경제 간부들의 ‘자립경제 노선에 대한 패배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점이 주목된다.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그동안 김일성이 제시한 자립 사상을 구현하며 패배주의와 기술 신비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강하게 투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낡은 사상 경향이 아직도 교묘한 외피를 쓰고 일부 경제 일군들 속에 고질병, 토착병처럼 잠복해 있는데 대하여 엄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원회의에서는 “아직도 남의 기술에 대한 의존을 털어버리지 않고 자력의 원칙을 흥정하는 낡은 사상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으며, 객관적 환경에 빙자하면서 우리 사업을 방해하는 그릇된 사상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자립 사상에 대한 패배주의와 기술 신비주의’는 자체의 역량, 자체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으니 외부 세계와의 적극적인 경제협력과 선진기술 도입으로 발전을 도모해야한다는 입장을 비판하는 표현이다. 김정은이 경제 간부들 사이에 이런 “낡은 사상이 잠재해 있다”고 비판했다는 사실은 북한 권력층 내 “자력갱생 노선,” 나아가 폐쇄정책을 불가피하게 하는 핵미사일 고도화 노선의 장기화에 이견(異見)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필자는 지난 9월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력 정책 법제화’와 관련해 김정은이 ‘핵포기는 없다’고 선언한 것이 미국을 고려한 주장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북한 내부에 핵 개발 장기화에 따라 정책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됨에 따라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올해 3월이면 김정은이 ‘병진노선’을 선포한 지 10년이 된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고도화 고집에 따른 민생 악화로 내부 반발이 점증하고 있는 사실에 초조감을 느끼고 있다. 5개 년 경제계획과 함께 5개 년 국방공업 발전 계획이 2025년이면 종료된다.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2~3년 전략·전술무기 개발 및 축적에 올인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내부 불만을 억제하며 인내를 강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2026년 1월에 소집되는 9차 당대회에서 더 이상 핵미사일 고도화 노선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김정은의 핵미사일 위협 수위는 그의 딜레마 인식 정도에 비례할 것이다.

 

  셋째, 그간의 ‘정비보강 전략’에 변화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2023년을 정비보강전략 수행에서 관건적 목표들을 달성하는 해로 규정하고… 당대회가 결정한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경제사업의 중심 과업으로 내세웠다”고 했다. 또한 “새 연도에 인민경제 각 부문들에서 달성해야 할 경제지표들과 12개 중요고지들을 기본과녁으로 정하고… 2023년의 계획수행이 경제발전의 중장기전략수행에로 이어지게 하는데 중심을 둘 것”을 강조했다.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5개 년 계획(2021~25)의 기본 전략으로 제시한 ‘정비보강 전략’은 경제사업체계와 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복구‧정비해 자립적 토대를 강화하자는 일종의 내부 경제순환 전략이자, 과도기 경제관리 전략이다. 과도기 경제전략을 마무리하고 중장기전략을 수립한다는 구실로 민생 향상을 더 뒤로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대중운동과 간부들의 헌신적 복무’를 강조했다. 김정은은 “충성과 애국의 힘으로 혁명을 전진시켜야 한다”면서 당조직들과 근로단체조직들에서 각종 대중적인 애국운동 조직‧전개를 촉구했다. 김정은은 또한 “도당 책임비서들의 사업 전환”과 “지도 간부들의 충실성과 헌신적 복무”를 주문했다. 따라서 그동안 북한이 주민들에 대한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투쟁,’ 간부들에 대한 ‘세도, 관료주의 극복 투쟁’에서 나아가 주민들에 대한 노력(勞力) 동원과 함께 간부들의 소극성 극복을 위한 사상투쟁 활동이 강화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당 전원회의 결과로 볼 때 올해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폭주와 전술핵 및 재래식 무기로 복합도발이 우려된다. 미·중 갈등과 국제정세 다극화도 김정은의 군사 모험주의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질주는 곧 한미의 대응 전략에 의해 상쇄되기 때문에 김정은은 끊임없이 핵미사일 개발에 재투자를 독려할 수밖에 없으며, 이 같은 악순환의 반복으로 김정은 정권은 소진될 수밖에 없는 자기 파멸의 길로 가고 있다. 어느 때보다 클 한반도 정세의 유동성과 북한 내부의 균열 가능성에 대비할 때이라고 본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발행: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발행일: 2023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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