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1.] 체계적인 통일준비가 필요하다-나승희 한인나눔운동(KASM) 대표
- 24-04-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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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통일준비가 필요하다
나승희 한인나눔운동(KASM) 대표
얼마 전에 어느 젊은이가 페북에 올린 글에 “… 도둑처럼 몰래 찾아올지 모르는 통일을 위하여…”라는 표현을 보았다. 통일은 과연 도둑처럼 몰래 찾아올까? 아니면 실물로든 뉴스의 형태로든 굉음을 내며 폭발물이 터지듯이 찾아올까? 이렇게 말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통일은 ‘땅의 통일’, 즉 한반도에 단일정부가 세워지고 남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법률과 규정과 제도가 단일화되고 남북한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눈에 보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그와 함께 또 하나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남북한 주민들의 ‘마음의 통합’이다. 최소한 절반 이상의 양쪽의 주민들이 서로를 단일국가의 국민으로 함께 살아야 할 역사적인 관계의 존재로 받아들이고 그리하여 서로가 함께 잘 사는 나라, 선진국이라는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경제적으로 부흥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평화로운 나라를 이루는데 동행한다는 공존의식과 상호존중을 실행하는 날이 오면 그때 ‘마음의 통합’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통합을 위하여 성공적인 땅의 통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땅의 통일은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찾아올까? 내가 아는 많은 남북한 출신의 젊은이들에게 ‘(땅의) 통일의 과정’의 시나리오를 말해 보라고 하면 절반 이상은 침묵이고 나머지 몇몇은 “흡수통일?”이라고 답을 한다. 흡수통일이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북한 정부와 북한 사회를 ‘흡수’하여 한반도에 단일정부를 세우고 북한의 모든 제도를 남한식으로 바꾸어 통일된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한 ‘흡수’의 과정은 순조로운 것일까,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것일까. 흡수통일은 땅의 통일이 일어날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 흡수통일이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은 그 과정으로 가기 전에 필연적으로 어떤 계기나, 사건/사고가 발생해서 북한 정권이 정부로서의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필연적인 계기가 어떻게 일어나느냐에 따라서 ‘흡수’의 과정도 다를 것이다.
아주 갑작스러운 사태가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할 경우, 대한민국 정부는 조속하게 북한의 군부나 경찰을 통제하고 동시에 그러한 조직들의 협조를 유도하여 북한 주민들의 소동을 최소화하고 분단 지역으로 북한 주민들이 몰리는 상황을 일시적으로라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은 아주 상세한 대비가 마련되어 있다더라도 순조롭거나 평화롭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단일정부가 제대로 자리를 잡는 초기의 최소한 5, 6년 정도의 기간 내에는 수많은 국민/주민들의 동요로 인한 남, 북한의 사회적인 불안과 소요가 엄청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한 돌발적인 상황에서부터 최소한의 사회적인 안정을 이루는 그 초기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어떻게 잘 치루어 나가는지가 그 이후의 정부와 사회제도의 단일화 과정이 얼마나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줄 영향은 막대할 것이다. 만일 그런 사고나 사건이 없이 북한 정권이 지금과 같이 운영을 계속하며 몇 년 전에 많이 거론되었던 종전협정과 미국의 북한정권 인정 및 외교관계 수립 등의 노력들이 현실화 된다면 그것은 ‘땅의 통일’이나 ‘마음의 통합’을 이루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 그렇게 종전이 선포되고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며 한반도에는 두 개의 다른 국가가 존재하는 날이 온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땅의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미국은 국내 및 국제적인 이유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외교 정상화 같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과 미국과의 수교를 위하여 핵무기를 모두 포기하고 폭발적인 수출의 기회를 활용하여 엄청난 경제발전의 계기를 갖게 될까?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은 외부와의 접촉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도 김정은 정권을 계속 지지할까? 그런 상황이 오면 남북한이 각각 안정된 사회를 이루고 아주 절친한 이웃처럼 상부상조하며 잘 지내다가 50년, 100년 후에 “우리 이제 하나될까” 하고 투표를 통하여 단일국가를 이루게 될까?
만일 그런 후자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급변 상황에 바탕을 둔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보다 더 크다면 흡수통일이라는 개념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현실은 그런가? 그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통일’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이러한 수많은 질문들을 종합적으로 던지고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는 땅의 통일의 과정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노력은 과연 누가, 어디서 하고 있는 것일까? 통일부에서 그런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외교부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이라는 단어가 갖는 종합적인 의미는 옆으로 밀리고 단지 각 정권의 정치적인 목적에 맞추어 단편적인 면들만 거론되어 온 것이 아닐까? 설사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고 종전협정을 맺고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교역을 하며 서로 사이좋은 이웃으로 살자고 결정한다고 해도 현재의 북한 정권이 존재하는 한 그러한 소망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앞에 놓인 절대적인 사실이다. 그러한 모든 점을 고려하여 대한민국은 북한의 변화와 그에 따른 땅의 통일의 가능성에 관한 상세한 시나리오를 최소한 세 개 정도는 작성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의 후속적인 발생 상황도 단계적으로 예상을 하며 그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와 함께 간간이 아주 단편적으로만 언급이 되는 것 같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통일준비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에서는 우선 국민 대다수가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무관심을 줄이기 위한 각종 노력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특히 2030 세대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하여 통일은 좋은 것, 통일은 즐거운 것,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수많은 학계의 노력이 거의 대개는 ‘통일 이후에 과연 어떤 정책들이, 어떤 일들이 필요할까’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땅의 통일의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예상과 대비책을 논하지 않고 통일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상한다면 과연 그런 예상의 현실성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그러한 노력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만으로 통일을 준비하는데 충분한 것일까? 그와 아울러 젊은 세대에게 ‘통일’이 가져올 수 있는 기쁘고 행복한 날이 오기 전에 실상은 아주 혼동스럽고 고통스러운 어려운 시기가 있을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정직하게 이야기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동시에 초기의 어려운 시기를 체계적인 준비를 통하여 잘 견디어 내면 그 이후의 시기는 국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체계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의 이야기에 더하여 가끔씩 산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통일비용’, ‘통일세금’ 등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점들도 상세히 풀어서 설명하는 대국민 통일준비 교육이 필요하다. 아마도 ‘통일준비’보다는 구체적으로 ‘통일과정의 준비’ 혹은 ‘통일의 과도기를 위한 준비’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다. 그런 노력의 목적은 확실하게 통일의 과정이 발생할 때 일어날 남, 북한 국민/주민들의 혼동과 혼란, 오해와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 통일준비는 누가 해야 할까? 정부가 물론 그 노력의 주도를 해야 하지만 정부에게만 그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학계, 기업들, 그리고 비영리단체들이 모두 그러한 노력이 체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통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이미 국제개발 분야와 국제 금융 분야에서 1990년대부터 일어나고 있는 관민 협력이 (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 이루어져야 한다. 관민 협력의 모델을 따른다면 기본적으로는 정부가 앞장을 서서 학계, 기업들, 비영리단체들과 함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지식과 운영 능력을 종합하며 땅의 통일의 발생과정에 대한 가상현실을 짚어보고 그 각 시나리오에 따르는 통일과정의 전개과정도 구체적으로 예상을 해 보아야 한다. 만일 정부의 어느 부처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면 민간단체나 학계가 주된 역할을 맡아 정부 각 부처와 민간기업들, 그리고 비영리 활동단체들의 협력으로 그 일을 이끌어 가며 그에 소요되는 자금은 정부와 민간분야에서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북한 사회가 체제 전환이라는 크나큰 변화를 겪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구도 변경을 고려하면 그 규모와 깊이의 방대함은 아마도 그런 일을 시작하는 분들도 초기에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런 상황을 예상하는 일만 해도 북한이나 통일, 한반도 미래 등의 분야에 관한 많은 연구와 활동을 해 오신 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가 동의할 수 있는 그런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는 작업부터 어렵고 수많은 반복을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이념적인 점에서 이미 큰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일은 더더욱 의견 조율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일지 짐작을 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하여, 또는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하여 손을 놓고 전혀 그러한 노력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음 세대를 생각할 때 아주 무책임한 일이다. 이러한 통일과정의 준비야말로 한국인의,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미래를 예상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의 성숙도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일뿐만 아니라 이미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시작되었던 동유럽과 소련연방의 변화 등이 제공해 준 수많은 교훈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각계각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통일과 관련된 노력들이 어쩌면 교향악단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많은 연주자들이 각자의 악기를 하나씩 다루며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한 악기와 연주자들을 묶어 ‘순조로운 통일 과정의 준비’라는 멋진 교향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휘자(기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발행: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발행일: 2024년 4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