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14.] 한미수교 140주년, 한중수교 30주년에 즈음하여 - 최재덕 원광대학교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 22-08-29 15:26
- 조회373회
관련링크
본문
한미수교 140주년, 한중수교 30주년에 즈음하여..
최재덕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올해는 한미수교 140주년이자 한중수교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있어서 양국과의 발전적인 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미중 갈등으로 동북아 안보의 구조적 제약이 부각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한국이 안미경중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나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 세력,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대척점에 있고 강대국들은 자국 중심의 전략적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어 왔다.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중관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항미적 성격의 중러 연대가 강화되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일의 군사적 협력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은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고 천명한 이상 중국의 공격적 외교와 강대국화는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환경 변화는 미중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 시도했던 남·북·미·중의 협력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은 경제 회복과 리더십 강화 등의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우군 만들기, 군사적 긴장 및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등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에게 한반도 문제는 양국의 우열을 가릴만한 핵심 사안이 아니거니와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기 어렵고,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는 한 미국의 의도대로 북미 비핵화 협상을 끌고 가기 어렵다는 미국의 계산도 있을 것이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세계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 펜데믹으로 대혼란을 겪으면서 개인과 사회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치적, 경제적 체질이 많이 쇠약해졌다. 미국과 중국도 이러한 어려움에서 예외 일 순 없다. 결과적으로 미중패권경쟁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약간 소강상태를 겪은 셈이다. 이제 엔데믹 시기를 준비하면서 미중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사이에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편입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사건이 미중 양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국제정치 환경이 급변하는 시발점이 될 개연성도 있다.
나토의 동진, 무능한 리더십,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해 비판하기 이전에 동시대를 사는 세계 시민으로서 무고한 희생과 국가적 슬픔에 대해 안타까움이 크다. 대혼란의 시기에 우리 역사의 아픔을 생각할 때, 한국이 국제정치의 힘겨루기에 다시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 외교가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은 미중패권경쟁 상황에서 오히려 미중 양국에 중요한 국가로 인식되면서 첨단기술 협력의 중요한 파트너로 전략적 레버리지가 상승한 측면이 있다. 미중 경쟁의 배경이 4차 산업 혁명 시대이며 미중 대결의 핵심은 첨단기술경쟁이다. 인류가 점점 더 첨단기술과 미래사회를 지향할수록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국가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에 의존하는 사회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사안별로 자국의 이익에 따라 협력과 견제를 조율하고, 미·중의 편 가르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실리적 외교를 취하고 있다. 인권, 기후변화, 첨단기술 협력 또는 국제법과 국제질서 수호 등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한 문제와 보편적 가치에 대해 미국과 같은 입장에 서지만, 중국과 깊은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급격한 디커플링을 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미국과 같은 편에 서서 중국의 발전을 막자는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미·중의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자국이 안보적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의 가치 외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전지구적 위기 극복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며,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적, 외교적, 안보적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고 북한이 국제무대로 나올만한 협상 카드를 제시하여 한반도 비핵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는 30년 후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갈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의 미중패권경쟁 2막에 대비하여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로 국가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