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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29.] 북한의 핵무력 사용 공언 시대에도 한반도 평화를 개척하려는 사람들 - 윤석열 정부가 사는 길 - 김회권…

  • 22-08-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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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력 사용 공언 시대에도 한반도 평화를 개척하려는 사람들

-윤석열 정부가 사는 길-

김회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 퇴장하는 한반도평화주의자들

     한반도의 평화를 그토록 갈구하던 문재인 정부가 막을 내리고 필요시 북한을 킬체인 3축을 앞세워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의지를 선제타격까지 감행할 의향을 가진 윤석열 정부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지난 5년은 몽환적인 평화비전으로 매우 짧은 시간이나마 한반도의 평화를 실감나게 했다. 문재인-김정은의 판문점퍼포먼스, 문재인의 평양시민 연설, 북미정상 하노이 회담, 북미정상 싱가포르 회담 등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정책은 화려했고 시네마스코프 총천연색같은 몽환적인 그림들로 점철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단히 핵무장을 완성하고 정교화해가는 북한에게 속아주는 것처럼 인내하며 북한이 마치 남한과 대등한 평화협상의 동반자인 것처럼 대우하고 부단히 평화를 말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국제외교무대로 초청함으로써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도와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정착 정책들은 결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한국의 대북강경멸공보수세력에게는 조롱과 비난을 뒤집어쓰고 매장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윤석열 후보가 2월 26일 대선후보토론회에서 암시했듯이, 문재인의 5년 한반도평화비전과 정책들은 비현실적이었고, 미국과 다소간 긴장을 일으키는 독자노선으로도 비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1938년의 히틀러를 믿고 영독 불가침조약을 맺고 ‘유럽에 평화가 왔다’고 호언했던 네빌 체임벌린 총리처럼 문재인 대통령도 평화의 탈을 쓴 악마적 핵무장지도자 김정은의 속임수에 놀아났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는 처지가 되었다. 아니 더 나아가 대북정책에서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비둘기파인 남한의 한반도평화정착주의자들 모두가 비현실적인 평화구걸주의자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들은 언필칭 북한핵은 전략핵으로서 한반도의 재래식 전쟁의 억제를 가하는 전쟁억지 방어용으로 보려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북한의 전략핵 미사일 사거리가 미국본토나 괌기지를 겨냥한다는 점을 들어 북한핵을 체제수호용이라고 치부했다. 그들은 북한 핵무기가 한반도 남쪽을 향한 공격무기가 될 리가 없다는 선하고 순진한 해석을 견지했다. 이런 비둘기파 한반도평화주의자들은 주로 한국전쟁 종전과 그것을 천명하는 남북한-미-중 평화협정을 맺게 되고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 핵무기는 별다른 위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북한핵의 사실상의 평화적 해체와 무력화(無力化)는 바로 종전협정과 평화조약이라고 봤다. 사실 이 논리는 입증되기도 쉽지 않지만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아직 한번도 이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반도평화정착주의자들의 입지는 원론상으로 옳고 기독교신앙의 원리와도 잘 호응한다. 하나님은 대체로 평화를 옹호하고 전쟁을 미워하신다. 하나님은 일찍이 주전 8세기 이스라엘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 평화의 길은 전쟁연습 및 준비 중단, 군사무기 축적 중단, 그리고 적대국가들의 쌍방소통과 교역으로 개척된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사 2:1-14; 19:16-25).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전쟁무기, 군사력, 정치경제적 헤게모니 레버러지를 장악한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평화주의자들의 논리가 유치하고 어리석으며 때로는 악마적 세력들에게 부화뇌동하는 약골담론으로 비친다. 오히려 북한은 악의 축이며 비정상적인 불량국가라고 규정한 미국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북한의 악마적이고 비이성적인 본질을 드러내려는 데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이런 비이성적이고 악의 축같은 집단과 정상적인 말의 소통, 외교채널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북한장단에 춤추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한다. 곧 들어설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팀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 봉쇄에 치중하는 미국의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체제와 함께 북한을 봉쇄하고 무시하는 데 견고한 연대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때마침 최근의 핵무력 실제사용을 공언한 북한도 윤석열 정부를 풍자적으로 환영하기 위해 적대적 말 공격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뜸했던 남북의 강(强)대(對)강(强) 대치가 복원된 듯하다. 북한을 자극해 악마처럼 굴도록 몰아가면 북한은 자신을 악마화하려는 자들의 언어적 마력에 끌린 듯 비이성적인 말을 쏟아낸다. 확실히 북한은 악의 축이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북한식의 과장, 허풍기 가득 찬 적대언어가 연발총처럼 난사된다.

 

■ 윤석열 정부를 환영하는 북한식 수사와 대남공세 문법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한반도평화정책을 깡그리 손상시킨 전례에 비추어 보면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긴장관리 및 평화정책을 송두리째 부정할 조짐을 다각도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입안했던 평화주의 비둘기파들의 입지를 좁힌다. 그들은 북한의 최근 핵무력 관련 호언장담과 공언들 앞에서 운신의 여지를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남한 핵무장론, 미국핵공유론, 미국전술핵 수입론, 전략자산 상시배치 등 ‘강한’ 반작용에 해당되는 남한 내 대북강경론자들의 주장을 용출시키고 있다. 사정거리가 먼 전략핵을 넘어 한반도 남쪽이나 일본본토를 겨냥하는 짧은 사거리를 가진 경량핵탄두를 장착하여 타격하는 전술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최근 핵무력 사용 위협들 때문에 강대강의 논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2022년 4월 17일 중앙일보 정영교 기자, “대남 핵사용" 위협한 北, 전술핵으로 도발 스타트 끊었다”). 남한의 매파들이 쏟아낸 대북 공세적인 말들에 대한 응답처럼 보이지만 최근 북한지도부의 핵무력 사용언급은 주목할만한 상황변동으로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2022년 4월 3일, 5일) 핵무력 언급은 핵 보유 목적이 방위적 차원을 넘어섰음을 공언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4월 5일 김여정 담화에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공언이 들어 있다. <미국의 소리(VOA)> ‘워싱턴 톡’에 출연한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와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의 대담도 이 점을 절 지적하고 있다(함지하 기자 정리). 그동안 미국의 비둘기파나 한국의 비둘기파는 공히 북한이 동족인 한국을 향해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항상 믿고 말해 왔다. 그런데 김여정은 핵무기를 한국을 향해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했다. 북한정권에게 핵무기는 정권의 지속적인 생존과 체제수호를 보장하는 도구만은 아니라, 남한을 위협하거나 한국을 길들이기 위한 중요한 도구라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김여정의 4월 3, 5일 연속담화는 북한 핵무기는 방어체제이지만 불가피할 경우 그 이상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천명했다. 많은 한반도 정세 관측자들은 김여정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 엄포용이라고 보는 데 일치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북한 선제타격 관련 발언들(2022년 1월 11일 신년기자회견)과 핵무기의 발사원점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서욱 국방부장관의 4월 1일 발언(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훈시)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월 성동구 할아버지공장 카페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쐈고 위협이 계속되는데 이를 방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마하 5 이상의 미사일에 핵이 탑재됐다면 수도권에 도달해 대량 살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분 이내로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조짐이 보일 때 저희 3축 체계의 제일 앞에 있는 킬체인이라고 하는 선제타격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2022년 1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글로벌비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동일취지 발언, “적의 미사일 기지와 지휘부에 대한 치명적 타격을 가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천명하는 것은 평화와 안보에 중요한 태도”; 2022년 2월 26일 대통령 후보 방송토론회 중 유사발언). 윤석열 후보는 ‘북한에게 집착’하는 태도보다는 ‘한미 동맹 혹은 한미일 동맹중심’으로 한반도 문제를 당당히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피력해 오고 있다. 이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국방부 장관도 의미심장하게 호응했다. 서욱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최근에 미국에 파견한 박진 주도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이런 종류의 논의를 전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윤석열과 서욱의 선제타격발언은 구체적인 계기가 되었을 뿐, 북한의 핵무력 언급은 윤석열 정부의 한반도정책의 총괄적 행보를 훈계할 목적을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뭔가 큰 협상을 원할 때일수록 강하고 무서운 수사를 동원한다. 그러나 작은 협상이나 현상유지를 원할 때에는 핵무장 관련 도발을 자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처럼 북한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어조를 완화하거나 자제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예를 들면, 북한정권의 핵무력 공세적 사용언급은 2019년 말과 2020년 1월, 2021년 7월 이후 몇 달간 핵무력 언급 극도 자제 분위기에 비추어 해석해 보면 이런 추정은 더욱 힘을 얻는다. 북한은 최근 2년 동안 대체로 핵무장 호언장담을 자제해 왔다. 특히 2019년 말과 2020년 1월 초 북한은 대북제제에 대한 유엔결의 해제와 미국의 제재완화를 염두에 둔듯한 생각에서였는지 핵무장 호언 자제를 보인다. 2019년 12월, 안보리에 중러의 “6자회담부활과 대북제재해제”를 골자로 한 결의 초안이 제출되고, 중러가 대북제재 해제안을 상정하려고 하자, 북한 지도부는 당중앙 군사위를 개최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등 위협적 언사는 구사했지만 최근처럼 핵무력 사용가능성을 조금도 내비치 않았다. 2019년 12월 30일자 북한 매체들에서도 김정은 최고사령관 8주년 업적을 찬양하면서도 김정은의 핵무력 완성을 예찬하는 표현은 없었다.

     국제적으로 뭔가를 얻어내려고 할 때(제재완화, 핵무장국가 공인, 핵무장국가로서 대등한 북미수교), 온순해지거나 강경해지는 양수겸장노선을 번갈아 사용하는 북한은 지난 2년은 온순모드를 구사했다. 지난 2년 내내 대체로 북한은 핵무장 호언 자제, 대남도발적 언동자제 모드를 유지했다. 남과 북은 2020년 9월 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계기로 위기를 맞았지만, 그 기간 동안에도 국정원-통전부 연락라인은 가동되었고 남북당국은 이 사건이 한반도 긴장악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각별히 애를 썼다. 그 결과 7개월 후 2021년 7월 27일의 정전협정일 77주년을 맞아 남북정상은 남북간 통신선을 전격 복원했다. 그런 신속한 관계복원이 가능했던 이유는 2018년 4월 27일의 판문점 선언 3주년을 기해 그동안 10여차례가 넘는 정상간의 친서교류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대화협상이 가동 중일 경우에는 핵무력 사용언급은 당연히 없었다. 

 

■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 평화문제를 남북한의 문제로 좁혀 볼 안목을 가져야 하는 이유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미국과 보조를 맞춰 더 격화된 대북제재에 동참한다고 하더라도 남북내부 간의 정상대화 채널을 유지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북한 정상이 한반도 정세관리의 최종적인 정책임자라는 확신을 갖고 이런 지위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한반도 문제는 열강들의 이익이 중첩되는 국제정치 영역이지만 또한 동시에 남북한이 남북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고의 책임당사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외교문법, 성명서 문법 해독능력을 잘 체득해 북한의 공식서류를 옳게 해석할 필요뿐만 아니라 남북정상의 친교교환 채널이나 동등한 수준의 남북고위급 의사소통채널을 결코 망가뜨려서는 안된다. 이 점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배워야 한다.

   북한은 작년 남북통신선 복원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근까지는 ICBM이나 핵실험을 하지 않음으로써 러중로드맵의 근본인 “핵모라토리움을 준수”했다. 작년 7월 전승절과 동시에 진행된 노병대회에서도 김정은은 2020년과 달리 “핵무력”이라는 표현 자체도 없애버렸던 것이며, 북한 사상 처음으로 2021년 7월 24-27일 사이에 김정은이 주재했던 “전군지휘관 강습”에서도 “핵무력”을 언급하지 않았다. 2021년 노병대회와 전군지휘관 연설에서 김정은은 아예 “핵무력”을 언급하지 않았다. “핵무력”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북한에 대한 제재해제권고를 담은 러중로드맵을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에 우리 통일부는 한미연합훈련 “연기”결정을 통해 남북군사위원회 개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2021년 7월 30일). 2021년 7월 초에 북의 핵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리병철과 남측제압용이라고 일컬어지는 대구경 방사포 개발의 주역인 박정철을 동시에 노동당 최고 기구인 상무위원회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배제함으로써 작년 7월 27일의 남북통신선 복구를 겨냥한 마지막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둘이 바로 엊그제 2022년 4월 25일 태양절 기념식장에 다시 주석단, 혹은 6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복귀했다. 북한 핵무력의 남한 사용가능언급 맥락과 닿아있는 노병들의 귀환인 셈이다.  

   이런 10개월의 핵무력 언급 자제 모드가 봉인이 풀린 듯한 모습이 북한 김여정, 김정은의 최근 핵무력 사용 언급에 의해 포착되었다. 김정은은 4월 25일 저녁에 열린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을 통해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여 있을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공화국의 핵 무력은 언제든지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수 있게 철저히 준비되여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4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에서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BL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신형 무기를 대거 선보인 것은 북한이 ‘무력시위’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신형 ICBM 화성-17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등은 이미 실험했거나 선보인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SLBM처럼 보이도록 칠해진 또 다른 새로운 유형의 고체 추진 미사일은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도 비상한 주목을 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ICBM급 사거리의 고체 연료 SLBM’이라고 여겨진다. 일부 북한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강핵무기 정착용 미사일 과시는 미국에게 보낸 협상초청장이라고 폄하했으나, 북한은 핵무장력 가용화 역량과시로 기획하고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남한을 겨냥한 전술유도미사일부터 미국 본토 타격용 ICBM까지 종류별 ‘핵 투발 수단’을 선보였기 때문이다(조선중앙통신이 2022년 4월 26일). 

      미국의 북핵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핵무력 사용언급을 “적들이 침략은 아니더라도 북한을 위협하는 어떤 행동에 나선다고 인식할 경우 선제공격 수단을 잠재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들 중 일부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참수작전,’ ‘선제타격’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비둘기파 북핵전문가들은 협상개시용이라고 폄하한다. 북한이 ‘우리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한국과 미국은 제재 완화 등 유인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라는 압박 메시지라는 것이다. 또한 “2017년부터 좋지 않은 북한 경제가 최근에는 더욱 악화하고 있으며 이는 김 위원장의 ‘위상 약화’를 의미할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지도자로서 정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국내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과 한국 등에 ‘우리를 거슬리게 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여기에 돈을 쓰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을 모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위협한 것처럼 김정은도 핵무기의 역할을 억지용 이상으로 확대하는 무책임하고 무지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은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자신의 ‘근본 이익’을 스스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푸틴의 핵위협 발언처럼 김정은의 발언에도 지나친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VOA 뉴스 박형주 기자 기사). 당연히 위에서 언급한 전망 각각 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김정은의 핵무력 사용호언 메시지를 윤석열 정부나 바이든 정부에 대한 ‘압박용’이든지 군부통제용 ‘내부용’이든지 상관없이 핵무력 사용의 가능성과 필연성을 언급한 것은 한반도를 핵전장화로 보게 만드는 효과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북한 핵무력 사용공언을 훨씬 더 엄중하고 정교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석하든, 남한 정권교체기에 나온 김정은의 핵무력 사용 언급은 우리 남한정부와 시민사회의 비상한 경성을 촉구한다. 김정은은 ‘국가의 근본이익 침탈’이라는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한 어구를 씀으로써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넓혀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재인이 최근에 보낸 친서에 대한 김정은의 답신에는 부드럽고 정중한 치하의 인사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친서를 통해 남한 국론을 분할 관리하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분명해진다. 남한은 다원적 민주사회이고 북한은 일사불란한 통제, 획일, 통일단결사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북한이 남한 여론 관리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이고 선전선동정치에 있어서는 강해 보인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북한에게 없는 유연성, 창발성, 비교적인 임기응변적 실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점에서 유연성을 갖고 북핵관리에 노련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선언적으로 압박하고 외치더라도 북한의 핵무장의 현실을 인정하고 남북한 수준의 적대심 고조를 조성하거나 방치해서는 안된다. 북한 비핵화라는 외침만으로 북한의 핵무력 위협이라는 언어적 수사적 도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자존심 상해도 문재인의 길을 가야 한다. 대북제재라는 유엔의 치리에는 우리가 손을 쓸 수 없으나 남한이 직접적으로 북한을 자극하거나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 봉쇄나 제재를 격화시켜 달라고 앞다투어 주문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핵무력 발언이 실체화되면 남한의 대일군사의존, 대미핵의존을 초래하고 방위비 증대를 가속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력 사용호언 국면을 잘 다루지 못하면 남한은 미국의 핵무력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비 상승이나 전술핵 공유나 한반도 배치를 유도할 막대한 안보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미국의 핵우산의 수혜자이면서 미-북핵대결의 인질이 될 운명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솔깃하게 경청할 대응책들이 몇 가지 나왔다. 첫째, 미국과 한국이 매우 긴밀히 협력해서 북한 정권이 지불하게 될 대가를 반드시 점점 더 크게 만드는 방법이다. 제재의 정교화, 다각화, 심화정책이다. 이 노선은 대체로 북한의 국지도발을 일으킬 명분을 제공하는 악수가 될 것이다. 둘째,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하되 특정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으로 더 자주 이동하거나 거의 준상시주둔케 하는 방안이다. 최근에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괌을 방문한 것은 중요한 대북 시그널로 보일 수도 있다. 최근에서 그랬던 것처럼항모전투단이 한반도 해역에 자주 방문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셋째, 남한의 핵무장 혹은 미사일 체제의 고도화이다. 넷째,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북한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키는 길이다. 이것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도적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서방 대 중러 유라시아 주축국의 3차대전형 진영대립을 강제하고 있다. 어떤 길도 남한정부의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평화창조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빌미삼아 통일부를 잘 키워 북한과 남한의 핫라인을 만들어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부단히 교류하고 교통하는 길만이 윤석열 정부의 고유과업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노선이었다. 북한 핵무장 관리는 문재인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 최근 북한지휘부의 핵무력 사용호언은 큰 그림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윤석열 정부여, 대북제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하라.’ ‘윤석열 정부여, 대북적대시 정책을 그만두라.’ ‘윤석열 정부여, 핵무기 실전사용 시대에 대비하라.’ ‘윤석열 정부여, 한반도 평화정착에 앞장서 달라.’ 윤석열 정부의 실체를 인정하고 윤석열 정부를 한반도 평화회담장으로 불러내는 간접화법이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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