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5.] 사이버안보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국의 전략적 선택 - 윤봉한 동국대학교 교수
- 22-12-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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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안보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국의 전략적 선택
윤봉한 (동국대학교 교수)
정보통신(ICT) 기술의 발전으로 초연결사회를 형성되었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기술의 진화는 지능정보사회로의 급속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기술이 사이버공간과 물리적 공간이 상호 작동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s System)이 형성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석되고 있다. 새로운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한계비용이 ‘0’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인류 경제는 전례 없는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 혜택의 이면에서는 범죄의 지능화, 다양화 국제화, 그리고 국가 안보 위협의 증대라는 부작용도 동시에 배태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분야가 네트워크와 센서로 연결되고, 사람과 사물이 임베디드 센서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더 많은 보안 취약성을 노정시키면서 손쉬운 사이버공격 환경을 만들어 준다. 국가행위자(state actor) 위주였던 안보 위협 주체는 사이버공간에서 용병(state-sponsored actor) 또는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와 같은 다양한 실체로 변화하면서 안보 위협을 키우고 있다.
사이버공간이 국가 간 군사·경제·기술의 패권 다툼의 場(Hegemonic Battlefield)으로 역할을 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같은 전략기술이 국제질서의 패러다임을 혁신(Paradigm Shifting)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사이버 위협이 국가 안전과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국가 안보 이슈로 전이되고, 전통적 군사전쟁(Kinetic War)을 능가하는 위협적 공격 수단으로 이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우크라이나가 대러 전쟁에서 SNS 선전전과 친서방 사이버 동맹을 활용해서 물리적인 전장에 영향을 주는 것을 목도하면서 사이버공간이 갖는 물리적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네트워크와 기술이 안보(전쟁) 프레임을 규정하고, 사이버적 수단이 물리적 전투(Kinetic War)에서도 선제적(Preemptive)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공격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국가들 사이에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지배권, 선점 기술을 둘러싼 기술 패권,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원천이라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생존 차원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과 중국의‘강국화전략’이 대립각을 형성하고 맞부딪히고 있다. 양국 간 경쟁 메커니즘은 인공지능(AI), 5G 등 전략기술을 둘러싸고 경제 안보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적 대립은 상호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중국의 ‘혁신강국, 곧 대동사회 건설(创新强國=大同社會)’ 전략이 미국의 글로벌 선도 전략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이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존재론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간주한다. 미-중 간의 대립은 양국 간 경쟁 차원을 넘어 서방세계와 反서방세력 간에 신냉전 구도를 견인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세계 무선인터넷 트래픽의 10%를 차지하고, 인터넷은 세계 평균의 4배나 빠른 ICT 최고 강국이다. 적대적 세력에 견주어 현저한 비대칭적 사이버 우월성은 ‘해커들의 놀이터’, ‘범죄 테스트베드’라는 오명을 듣는 요인이 된다. 나아가 미, 중, 러 등 세계 사이버 역량 1~3위 국가들과 역사적 앙숙인 일본에 포위된 상태에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지정학적 특성은 우리의 사이버 정책 관련 복합성을 더해 주고 있다. 하지만 선진화된 ICT 기술을 감안할 때 사이버공간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 국가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특화된 영역이다. 21세기 핵심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중 간 전략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피해 나갈 수 없는 독특한 지정학적·지경학적 여건이 선택의 폭을 좁혀주고 있다.
사이버안보 정책은 사이버공간의 개방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사이버위험을 예방할 수 있도록 규범과 원칙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정학적 요인을 핑계로 북한을 비롯한 이웃 사이버 열강에 대한 사이버 억지력 내지 응징력 확보를 위한 정책 추진을 늦춰서는 안 된다. 또한, 우-러 전쟁을 통해서 드러난 사이버안보 전략의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이버 안보 강국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미-중 전략경쟁 공간에서 ‘先 안보, 後 경제’의 원칙에 입각한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책적 착안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우선적으로 첨단 기술의 고도화, 최정예 전문가를 육성함으로써 국가 내부의 사이버 대응 역량을 높여 나가야 한다. 사이버 적대세력의 도발 원점에 대한 타격과 응징을 내용으로 하는 억제력도 갖추어야 한다. 둘째, 軍 C&C 체계를 비롯한 용수·에너지·교통 등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선제적 사이버테러 예방과 신속한 복구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미래 국가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 전략기술 선점화를 위한 ‘기술 패권’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넷째, 국외 기업이 점령하고 있는 국내 사이버공간을 정비해서 ‘데이터 고권’과 ‘국내 조세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주변국 들과 ‘데이터동맹’을 결성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사이버 적성 세력의 발호를 저지하고 국가 대응 역량 구축의 기반이 되는 ‘사이버 안보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이버 범죄협약 가입과 국제 사이버 안보 동맹 결성과 같은 국제공조(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초연결성의 환경에서 국제공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끝.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발행: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발행일: 2022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