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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6.] 베트남의 반부패법(부패방지법)개혁 연구: 북한에의 시사점-이상현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 교수

  • 24-02-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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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반부패법(부패방지법)개혁 연구: 북한에의 시사점


이상현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 교수

 1. 서론: 베트남의 체제전환 및 반부패 입법


   프랑스 식민지로부터 1954년 독립한 후 남북 분단 상황에서 60-70년대 베트남 전쟁을 통해 공산국가로 통일된 베트남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1986년 도이머이 개혁을 통한 체제 전환을 단행하였다. 체제 전환 전과 직후 관료들의 사회주의 재산(socialist property)에 대한 시장으로의 불법 유통을 금지토록 하는 소련의 반부패법에 의존했던 베트남은,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혼합적 시장경제(a mixed market economy)상태에서 부패 차단을 위해 요구되는 구조적 변화에 대해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UNDP), 서방 자유시장경제 자본주의 국가들에 조언을 요청했었다. 

   UNDP의 조언-법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권한에 대해 관료들이 책임지도록 하는 독립된 국가기관의 운영 방식-이 공산당 일당 주도의 행정조직 운영체계와의 맞지 않음을 알게 된 베트남은, 서구 국가들의 조언 및 자체적 학습에 기반해, 1998년 반부패시행조치(Ordinance on Anti-Corruption)를 도입하였고, 반부패 시행조치는 2005년 반부패법으로 확장 도입되었다. 반부패법은 2018년 개정을 통해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다. 반부패법은 부패 범죄 구성요건을 직접 규정하고 형벌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에, 이를 규정한 형법을 먼저 제시하고, 반부패법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2. 1999년 개정 베트남 형법과 시행

 

   1999년 전면개정된 베트남 형법은 부패를 다루기 위해 ‘직무에 관한 범죄’를 제21장으로 규정하였다. 먼저 직무에 관한 범죄의 개념 규정(제277조)과 함께, 직무에 관한 제범죄(A절)과 그 밖의 직무에 관한 죄(B절)를 구분하였다. 직무에 관한 범죄는 공무 집행에 해당하며 집행직무를 가지는 자에 의해 행해지는 기관·조직의 정당한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여기서 직무를 가지는 자는 임명, 선거 또는 그 밖의 형태로든 급료를 수급하는지와 관계 없이 일정한 공무의 수행을 부탁받고 공무의 수행에 있어서 일정한 권한을 가지는 자를 말한다(277조). ‘직무에 관한 제범죄’(A절)는 1)재산횡령죄(제278조), 2)2백만 동(약 10만 원) 이상의 뇌물 수수죄(제279조), 3)재산 약탈을 위한 직무, 권한 남용죄(제280조), 4)공무집행 중의 권한 남용죄(제282조) 등 7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와 같이 부패 관련 범죄와 형벌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형벌은 사형, 무기징역, 유기징역, 벌금, 재산몰수 등이 있다.

   2백만 동(약 10만 원) 미만의 뇌물 수수와 같이 경미한 일탈행위는 주로 직무상 징계절차에 따른 징계처분에 의존한다. 행정부령에 따라, 형벌 아닌 행정제재-경고, 감봉, 정직, 공직취임금지-를 부과하도록 하였다. 

   

3. 2005년 및 2018년 반부패법 

  (1) 2005년 제정 반부패법

   2005년 반부패법은 ‘부패’를 ‘권력적 지위(positions of power)를 가진 사람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력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로 정의(1조 2항)하였고, 그 예로 횡령, 수뢰 행위를 들었다. 또, 공무원이 2백만 동(약 10만 원) 또는 그 이상을 자신 또는 그 가족을 통해 받은 때 범죄로 규정함을 명확히 하였고,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차단하려고 하였다. 한 예로, 관료에게 사적 토지개발에 대한 토지 사용권 할당과 계획 승인을 투명하게 관리토록 규정(제21조)하였다. 한편,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차단하기 위해 공무원의 금지 행위를 열거한 행위 규칙(code of conduct)을 채택하였다. 한 예로, 공무 수행 중 공무원이 사업체를 설립하거나 그 설립이나 운영·관리에 참여하는 것은 금지(37조 1항 a)된다. 또, 지방 인민위원회의 분야별 부위원장 이상에 해당하는 지위를 가진 공공기관 조직의 공직자, 지방 행정 조직에 일하는 관료와 국가 재산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 인민의회, 인민위원회의 후보자에 대한 자산 공개 의무도 규정(제44조 1항)하였다. 

   부패방지를 위한 조직도 구축하였다. 우선, ‘부패 예방 및 투쟁 중앙운영위원회’ 구성의 근거규정을 둔 후, 중앙의 통제 아래 ‘반부패 지방 운영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반부패 지역별 운영위원회‘는 개별 지역의 지방 인민위원장이 운영 책임을 갖도록 규정(73조 2항)하였다. 한편, 내부고발자의 익명성 보장 및 보호를 규정하였다. 부패범죄 신고의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게만 공직 부패 적발시 보고의무를 부과하였다.​1) 일반인에게는 신고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정부감찰원(Government Inspectorate)은 공직 내 법적 의무 및 정치적 역할 준수(political compliance) 여부의 조사를 담당해 반부패 중앙 운영위원회에 협력한다. 공안부(Ministry of Public Security)와 국방부가 각 역할 범위 내에서 부패 관련 범죄의 수사를 조직하여 지휘할 책임이 있다(제78조). 인민 대검찰청(Supreme People’s Prosecuracy)이 부패 범죄 사건을 기소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부패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판결의 집행에 대한 통제활동을 조직화하고 지휘할 책임을 가진다(제79조 1항).

 

 (2) 2018년 개정 반부패법

   2018년 개정된 반부패법은 부패 유형으로 개인적 이익의 직무사칭(impersonation for personal profit)을 추가했다. 비국가기관에서 업무담당자가 행하는 횡령, 뇌물수수, 조직 또는 회사의 운영에 관한 영향력을 이용한 뇌물 수수 또는 중개도 부패 유형에 포함(2조 2항)시켰다. 기업, 사회단체와 같은 비국가기관의 부패 예방을 위한 행동 수칙(code of conduct)-이익충돌 방지 및 최고책임자의 책임-과 내부 통제 환경을 구축토록 규정(80조)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비국가기관에도 반부패 행동 수칙을 규정토록 하면서 후술하는 이해충돌 배제도 다루고 있어 베트남식 김영란법으로 칭해진다. 

  2018년 개정 반부패법은 나아가 인민대검찰청, 공안부 및 정부감찰원에 반부패 전담부를 설치하도록 하였다(83조 1항). 이해충돌에 관해서도 이런 이해충돌 상황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관계기관에 신고토록 규정하며, 신고받은 기관은 그 이해충돌 상황이 업무수행의 객관성과 진실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업무수행에서 배제 또는 교체 가능토록 규정하였다. 

  

4. 결론: 베트남의 성과와 북한에의 시사점

 

   2022년 6월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의 전국 컨퍼런스-지난 10년간의 반부패 활동 평가-에서 발표된 바, 지난 10년간 2,700개 이상의 당조직에 걸쳐 168,000명의 당원에 대한 징계조치, 이중 7,390명의 당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다. 또, 중앙집행위원 33명, 장성급 인사 50명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 170명이 징계 조치를 받았다. 특별히 2021년 전당대회 이후 집중적으로 50명의 고위급 인사에 대한 징계조치가 있었다. 전 호치민 당서기 딩 라 탕(Dinh La Thang)-국영석유 천연가스 회사(PetroVietnam) 회장-의 권한남용죄 사건(징역 13년 선고)도 발생하였다. 정적 제거 논란이 있음에도, 반부패법제의 지속적 개혁 및 집행 실적은 사회주의 정치체제 아래서 개방 개혁 및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개혁개방 관련 법제 그 중에도 반부패 개혁 법제 및 정책에 대한 지속적 관심으로 연구가 축척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성과에 대한 고찰은 북한 정권을 설득하거나 급작스러운 체제 전환이라는 상황 변화에서 사회주의 정치체제가 시장경제와 연동될 수 있고 지속적 발전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이상현, 베트남의 행정개혁 법제 연구, 동북아법연구 (제9권 2호), 97면 (2015). 실제 운영위에 고발할 때 이름과 주소를 적시토록 하여 운영상 익명성 보장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실효성 제고를 위해 2018년 부패방지법 개정시 공익제보자 보호 규정을 도입하였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발행: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발행일: 2024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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