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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북한 인권 담론의 딜레마-전후석 영화감독

  • 24-03-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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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담론의 딜레마

전후석 영화감독 (영화 '헤로니모', '초선' 감독)

 

  2024년 초,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다큐멘터리는 단연 “비욘드 유토피아”였다. 북한을 탈출하려는 두 탈북자 가족과 그들을 구출하려는 한국인 목사의 험난한 여정을 담은 이 영화는 202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미국 극장 개봉과 주요 스트리밍 사이트에 공개되며 평단과 일반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필자도 관심을 갖고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영화의 초반은 미국 내 북한 관련 소위 “전문가”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북한을 “현대의 나치 정권”이라고 묘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 위로 자극적인 영상들이 몽타주로 나열되는데 공개 처형 장면, 어린 고아들이 진흙바닥에서 식량을 구걸하는 장면, 강제 수용소에 갇혀 노동하는 인부들, 고문당하는 수감자, 탈북 여성들의 강제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등이 감정을 고조시킨다. 영화의 후반부는 한국 목사와 탈북 가족이 중국 공안들의 눈을 피해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아슬아슬한 탈출 현장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북한의 인권 현실 자체에 대한 우려와 무기력함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실로 심각하고 근본적인 개선이 요구되며, 동시에 국제 사회의 관심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 다큐를 통해 어떤 목적이 달성되는지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자문하게 되었고 그것은 두 번째 불편한 이유와도 연관되어 있다. 

  ‘비욘드 유토피아’가 북한 인권에 대한 담론을 전개하는 태도와 방식은 문제가 있다. ‘담론과 권력’의 관계를 연구했던 철학자 미셸 푸코에 따르면 ‘담론’이 지식을 생성하고 배포하는 방식은 ‘권력’의 문제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비욘드 유토피아’에서 감독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악마화시킨다. 그 전문가 중 한 명은 CIA 출신으로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미국 첩보 활동을 한 요원이 자신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전면에 등장하여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한다면 그 발언의 진위 여부와는 별도로 관객은 그 담론을 생성하는 주체의 권력적 위치와 그 담론이 소통되는 미디움의 윤리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일대 석학인 사뮤엘 모인 교수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인권 담론”의 편향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인권” 담론은 보편적 정의와 권리에 대한 이타적 개념으로 사용되었다기보다는 서양, 특히 미국의 해외 침략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된 사례가 많다고 주장한다. 냉전시기 중 공산주의 확장에 대항하기 위해 남미 우파 독재 정권들을 지원했던 미국의 이율배반적 행위를 차치하더라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코소보 사태 등 “인권 수호”는 늘 서방 개입의 중요한 명분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국의 인권 담론이 특히 아시아로 향할 때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시각은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미국식 우월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적 세계관이다. ‘자유와 민주주의’, ‘신앙과 인권’이라는 대의명분에서 파생된 반공주의나 타문화권에 대한 적대감은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과 최근 트럼프를 추종하는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주창되고 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었던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 교수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그는 역사적으로 유럽과 미국은 동양/중동에 대해 차별적, 제국주의적 태도를 보여왔으며 그 예는 아편전쟁, 미국의 필리핀 식민지화, 일본 원폭 투하,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그리고 현재 중국과의 신냉전으로 이어지는 반아시아적 정책에서 반영된다고 볼 수도 있다.

  모순적인 사실은, 미국 내 북한 인권을 외치는 운동가들과 정책 결정론자들은 해결책으로 무력에 의한 북한 정권 교체나 한반도 전쟁 등 상당히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전 안보실장 존 볼튼이 되었던 북한 인권의 대모라고 일컫어지는 수잔 숄티가 되었던, 그들의 흑백론적 세계관은 꼭 대북관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주도하는 헤게모니에 대한 절대적 믿음으로 작동한다. 국제 정치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주체에 대한 가치 판단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한 시각을 우리는 민감하게 포착하여 공론화할 수 있어야 한다. 저 세계관을 주도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것은 공정한 시각인가? 

  안타깝게도 영화는 탈북자를 주체성과 인간성이 결여된 구원의 대상으로 묘사한다. 선과 악, 우리 대 그들, 공산주의에 맞선 기독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은 북한 인권 담론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그런 다각적인 면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우리는 영화에서 다루는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는 동시, 누가, 어떤 세계관에 입각하여, 왜 이 담론을 생성하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할 의무도 있다. 인권의 중요성과 서양 신보수주의적 편향적인 시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발행: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발행일: 2024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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